[이용현]모범을 보이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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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현]모범을 보이는 삶

[교육단상]이용현 대전 가오초 교장

  • 승인 2013-10-01 16:03
  • 신문게재 2013-10-02 16면
  • 이용현 대전 가오초 교장이용현 대전 가오초 교장
▲ 이용현 대전 가오초 교장
▲ 이용현 대전 가오초 교장
뜨거웠던 여름의 추억을 고이 간직한 채 또 다른 행복을 선사할 가을을 기쁘게 맞이한다.

출근 길에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간의 마음속 힘듦이 깨끗이 씻어질 만큼 하늘은 무척 아름답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주차하다 보니, 지난 여름에 필자가 겪었던 주차장 문제가 새삼 떠오른다.

본교는 아파트 밀집 지역의 학교로 주차 공간이 부족하여 교직원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의 하나가 본교와 함께 울타리를 사용하고 있는 대전혜광학교에서 학교 기업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데, 그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카페와 가까이에 있는 우리 학교의 주차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교직원들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안내문을 내걸며 계도하였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학교장은 출장을 갔다가도 업무 처리 관계로 다시 학교로 돌아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출장을 다녀왔다가 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해 한참 헤매다가 학교와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거나 이중 주차를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치원 및 급식실 옆에 빈공간이 있어 그곳에 주차를 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그동안 급식 납품 차량 및 비상 차량만 드나드는 장소였다.

또, 유치원 원생들의 놀이터가 바로 옆에 있었다. 이제 안전한 주차 자리를 확보했다는 생각을 했는데, 행정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유치원생들이 빈번하게 출입하는 그곳에 교장 선생님께서 주차를 하면 안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그곳은 주차공간을 그려놓고 주차를 해도 되는 장소였다. 필자는 유치원 학부모 교육 시간에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 날 이후 필자의 승용차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헤맸다. 얼마 후 그 어려움을 알고 행정실장이 학교장을 위해 '학교장 전용 주차'공간을 확보했다.

그런데 그 전용 주차 공간을 보고 학교장 전용 주차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너무 권위적이지 않느냐는 민원이 제기되었다. 이런 일을 겪으며 모범적인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가 지난 여름방학에 읽은 책이 생각난다. '모범을 보이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엘베르트 슈바이처 박사), '다른 사람의 아픔과 고민에 동참하라'(삼성경제연구소 김성희 소장)의 문구를 되뇌어 본다. 학교장의 모든 언행은 교직원,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주민이 보고 있으며 모든 언행에서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어떤 신문에서 '중학생들의 이중 잣대'에 대해 조사한 자료를 봤다. '자신은 습관처럼 거짓말하면서 친구 부정행위에는 강력항의'와 '깊어지는 불신, 불통과 함께 멀어지는 스승과 제자'라는 조사에서 윗사람이 모범을 보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실감하게 한다. 중학생들은 '롤 모델을 찾으라지만 닮고 싶은 인물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런 통계를 보며 모범을 보이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실감하게 한다.

요즘 아이들이 인성이 비뚤어졌다고 말하기에 앞서, 아이들이 정직하지 않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며, 책임감도 없고, 자기 조절능력이 없다고 탓하기에 앞서 어른들이 얼마나 정직했으며,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남에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삶을 실천했는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아이들의 인성 교육은 선생님, 부모님,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는 삶을 살 때 바르게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자식은 부모의 말로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깨너머로 배운다고 했다. 우리 청소년들이 바르게 성장하는 길은 어른들이 모범적인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범을 보이지 않는 삶은 어떤 감동도 줄 수 없다'는 말을 되뇌이며 가을 햇살 속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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