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재]나눔 대전, 오! 좋아? 왜?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용재]나눔 대전, 오! 좋아? 왜?

[기고]박용재 대전시 복지정책과장

  • 승인 2013-10-01 15:51
  • 신문게재 2013-10-02 16면
  • 박용재 대전시 복지정책과장박용재 대전시 복지정책과장
▲ 박용재 대전시 복지정책과장
▲ 박용재 대전시 복지정책과장
효녀 심청이는 생후 일주일 만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심봉사의 품에 안겨 이웃 아낙네들의 젖동냥으로 성장한다.

공자의 먼 조상은 송나라의 귀족으로 상나라 왕실의 후예였다. 아버지 숙량흘은 제나라와의 전쟁에서 공을 세운 뛰어난 무사였지만 공자가 세 살 때 사망해 고달픈 성장기를 보내야 했다.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 부인은 자식을 낳은 지 7일 만에 출산 후유증으로 숨져 석가는 이모의 손에 자랐다. 예수도 양아버지의 슬하에서 자란 경우다. 이처럼 옛날에도 살기 어려운 결손 가정은 많았다. 그러나 어릴 적 역경을 이기고 수많은 성인군자들이 배출돼 인류사에 큰 획을 긋는다.

근대 이전 우리 민족의 복지제도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어려움에 처한 백성에게 무상으로 지원을 행했던 진휼(賑恤)제도이고, 다른 하나는 어려울 때 빌려주었다가 훗날 되갚게 하는 진대(賑貸)제도이다.

전자는 자연재해와 같이 일시적인 재난을 당해 굶주림에 처하게 된 자들에 대한 지원인 반면, 후자는 아내나 남편 없는 노인(鰥, 寡), 부모 없는 아동(孤), 자녀 없는 노인(獨), 즉 4窮(환,과,고,독)처럼 상시적으로 열악한 삶을 살아야 했던 백성에 대한 지원제도였다.

4窮에 대한 지원은 오늘날 공공부조 내지는 사회서비스와 비슷한 제도이지만 지원대상과 정책목표가 명료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장애인이 제외 되어 있는 등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우리 조상들이 이런 단점을 보완 해온 지혜가 바로 '정가름'이다. 동 트기 전에 누군가가 부잣집 마당을 쓸어 놓으면 주인은 누가 쓸고 갔는지 알아내서 그 집 식구 수에 따라 아침 식사를 보내주는 '마당쓸이', 춘궁기에 가난한 집 아낙들이 산나물을 뜯어 부잣집 마당에 갔다 두고 대신 고추장이나 된장 등 건건이(간단한 반찬)를 맘껏 퍼가는 것이 '건건이 서리'이고 여유 있는 집에서 식구보다 세 사람 몫의 밥을 더 지어 가난한 이웃을 위해 울타리 구멍으로 내놓는 식사가 '석덤가름'이다. 조금 여유있게 사는 집에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의 수복을 비는 뜻에서 홀수로 새끼 돼지를 사 이웃에 나눠준다. 이 복돼지가 자라 새끼를 낳으면 그 중 한 마리를 돌려주는 조건이요, 그렇게 돌아온 돼지를 다시 퍼트려 나간다. 이것이 곧 돼지사돈, 복돼지 가름이다.

이렇게 정가름은 조상들의 몸과 마음에 밴 나눔의 미덕이자 베품의 지혜요, 도움 받는 사람의 자존심마저 배려하는 은근한 방식이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을 움직이는 두 축은 이민자와 자원봉사라고 한다. 기업들이 싼 임금으로 이민자들을 고용할 수 있으니 그만큼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고, 활발한 봉사활동은 정부의 복지예산을 절감케 하므로 건전 재정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복지는 시급히 확대해야 할 문제이나 공공부문에서 국민의 부담증대와 민간부분에서 나눔의 확산이 전제되어야 한다. 차상위 계층이하 빈곤층은 정부의 복지시스템이 일차적으로 보호해야 하지만 아직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형편이라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복지가 채우지 못하는 빈틈을 나눔의 문화가 채워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가진 사람이 베푸는 베풂의 문화가 확산 됐다면 이제는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는 나눔의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나눔이 없으면 삶에 문제가 되지만 나눔이 있으면 삶은 축제가 된다.

나눔은 채움이요, 사랑이다. '2013 한밭 나눔대축제가 '나눔 대전, 오! 좋아'라는 주제를 가지고 10월 5일, 서대전 광장에서 개최된다. 교육만두레 어울마당을 비롯해서 재능나눔 공연, 나눔·사회공헌·사회서비스·푸드뱅크·지역자활체험과 같은 다양한 행사들이 전개된다. 또한 나눔축제와 함께 10월 말까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나눔캠페인을 전개해 취약계층을 위한 사랑의 겨울나기 운동도 함께 벌인다. 과거에는 거리가 가까워야 이웃이라 했지만 지금은 물리적 거리가 멀어도 관계가 깊으면 이웃이다. 나눔은 용기 있는 자만이 행할 수 있는 사랑의 실천이다. 가자, 모이자, 10월 5일 서대전 광장으로. 다 함께 모여 자원봉사 최고도시 대전시민의 저력과 나눔의 힘을 보여주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