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간에 매료된 한 소년=대전 대흥초등학교를 다니다 공무원인 아버지의 발령으로 공주 교동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 소년은 시골 학교에 딱 1대 밖에 없는 오르간을 보고 그 신기한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친가와 외가 모두 의사를 배출한 집안이어서 남들보다 유복했던 가정 환경 덕분에 그의 음악 인생은 순탄했다. 더욱이 가족 모두가 취미로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거나 바이올린, 플루트 등 한 악기 정도는 다룰 수 있어서 남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 당시 음악을 좋아하던 의사들은 집에 바이올린 등의 악기를 갖고 있었죠. 그래서 어릴때부터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자연스럽게 접하다보니 음악과 친해졌죠. 부모님은 제가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고, 이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아티스트로서의 꿈을 꾸게 됐습니다.”
▲끝이 없는 음악 공부, 그리고 신앙=그는 공주중학교와 공주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발휘해 서울대 음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러나 음악의 길은 자기와의 지난한 싸움의 길이었다.
“음악이라는 것은 지금까지도 공부에 끝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죠. 음악의 대가들은 하루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노력을 합니다. 연습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바로 표가 납니다. 연습의 결과는 본인이 알고, 듣는 사람이 알고, 세상이 다 알죠.”
그가 좌절에 빠질때마다 큰 힘이 되어주었던 것은 바로 초등학교때부터 쌓아 올린 기독교신앙이었다. 어렵고 험난한 음악 인생 길을 걷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동반자가 되어 준 것이 바로 신앙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의 역사를 보면 종교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만 봐도 알 수 있죠. 클래식 음악의 근원을 찾아 올라가 보면 음악의 진리가 성경 말씀속에 담겨 있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상록오케스트라와 음악교육=동형춘 회장에게 있어 상록오케스트라는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지난 30년간 음악 선교단체이자 현악교육단체인 상록오케스트라의 중심에 서있는 이가 바로 동 회장이기 때문이다.
상록오케스트라는 1975년 당시 심훈의 소설 '상록수'처럼 사시사철 변함없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돕자는 취지로 초등학교 교사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다. 상록오케스트라는 해를 거듭하면서 점차 규모가 확대되고 전문성을 갖추면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
“모차르트가 만약 한국의 어느 이름모를 작은 섬에서 태어났다면 과연 세게 최고의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음악가가 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시골에 사는 학생들에게도 환경이 중요하고 좋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와 의지가 같고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들끼리 모여 산간 도서에 있는 학생들을 직접 찾아간 거에요. 악기가 없는 터라 양동이에 물을 담고 두드리며 '이게 북이야'라고 가르치곤 했죠.”
이들 교사들의 모임은 1979년 상록실내악단을 거쳐 오케스트라로 발전하면서 더욱 탄탄해져 교회와 소록도, 병원 등을 찾아가 위로와 힐링의 연주회를 열고 있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음악사절단 역할 톡톡=상록오케스트라의 이러한 활발한 연주 활동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 1997년 중국 장춘시의 초청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정부 초청연주회를 비롯해 태국 왕실과 정부의 초청을 받아 연주를 펼쳤다. 태국 정부 초청으로 매년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음악캠프는 상록오케스트라 최고의 자랑거리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8월 태국 정부 초청으로 태국에 건너간 상록오케스트라는 현지 음악인들을 대상으로 음악 캠프와 연주회를 대성황리에 마치고 돌아왔다.
“태국에서 상록오케스트라의 음악교육은 우리나라의 음악교육을 그곳으로 옮겨주는 메신저 역할을 합니다. 불교국가인 태국에서 우리의 클래식을 접한 국민들의 감동의 눈빛을 잊을 수 없어요. 국가 차원을 떠나 클래식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죠.”
음악가로서 그의 활동은 하루도 쉼이 없이 바쁘고 분주하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누군가에게 음악 선교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큰 힘이 되고 보람이 되는 일입니다. 소위 선진국가는 1인 1기 운동을 합니다. 초등학교때부터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즐겨 부르죠. 사람이 돈만 먹고 살 수는 없죠. 아이들의 정신을 풍요롭게 해주고 싶어 음악교육을 펼치는 것입니다.”
▲한국현악협회장, 그리고 '뮤직홀리시티'=대한민국 현악인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예술단체인 한국현악협회가 지난 7월 창립했다. 이와 함께 한국현악협회 초대회장에 동형춘 회장이 선임됐다. 한국관악협회(회장 노덕일)의 경우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것과 달리, 한국현악협회는 뒤늦게 늦깎이로 출발했다. 그런만큼 동형춘 회장은 활발한 현악 연주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음악의 고르고 균형잡힌 발전을 도모하고 완성도를 높여나가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갖고 있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는 관악협회와 달리 현악협회는 올해 처음 창립됐지만 음악적 기반이 탄탄히 다져진 만큼 더 나은 출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만큼 앞으로 한국현악협회가 추진해야 될 일들도 산적해 있음을 그는 안다.
“대학에서 순수 예술학과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몹시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대학은 자본을 따라가서는 안되는데 현실의 벽에 부딪치니 정말 슬픈 일입니다. 예술교육의 참된 의미를 찾기 위해서라도 한국현악협회가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세종시에 '뮤직홀리시티'를 조성하는 꿈을 꾸다=동형춘 회장은 세종시에 세계적인 음악캠프인 '뮤직홀리시티'를 건립하고 싶다는 꿈을 펼쳐보였다.
“태국에 음악교육을 하러 갔을 때 그 곳의 한 후원자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다이아몬드를 내놓더군요. 전문적인 음악 영재들을 교육하는데 사용해 달라고 하면서요. 저 역시 큰 충격을 받았죠. 그 후원자의 눈물의 의미를 알기에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주고 꿈을 꾸게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그러한 꿈을 꿀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뮤직홀리시티'가 되는 것이죠.”
장시간의 인터뷰 내내 꿈과 열정으로 가득찬 소년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동형춘 회장의 천진난만함에서 꾸밈없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가 전해져 왔다. 초로의 음악 교수가 평생을 다져온 경험과 소통은 그의 열정과 더불어 클래식 음악의 현재와 내일을 밝게 비추는 등불이 되어줄 것을 확신하게 했다.
●동형춘 회장은…
서울대 음악대학 기악과 졸업, 이탈리아 빼스까라 아카데미 지휘과 졸업, 이탈리아 레스피기음악원 지휘과 수료,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음대 지휘과 수료,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지휘과 연수, 대전시립교향악단 악장, 전임지휘 역임, 현 한국현악협회장, 배재대 예술대학 음악학부 교수, 상록오케스트라 단장 겸 지휘자, CTS 기독교 TV 교향악단 단장 겸 상임지휘자, 상록음악예술원, 상록오케스트라, 상록음악예술학교 이사장
대담=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ㆍ정리=박수영 기자ㆍ사진=손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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