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샘의 전설은 다음과 같다. 천근마을에 마음씨가 착하고 인정이 많은 벙어리가 살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벙어리라고 모두 외면했다. 어느 날 그는 산에 나무를 하러 가서 잠시 쉬기 위해 누웠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그때 꿈에 선녀가 나타나 그에게 샘에 가서 목욕을 하고 백일 동안 정성을 다하여 기도하면 꼭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계시하였다. 그날부터 벙어리는 백일동안 정성을 다하여 기도했다.
백일이 되던 날, 갑자기 인기척이 들려와 눈을 떠보니 꿈속에서 본 선녀가 웃으며 서 있었다. 그가 자신도 모르게 '선녀님'하고 외치자, 선녀는 빙그레 웃으며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그 뒤로 벙어리는 말을 하게 되었고, 그가 백일동안 정성을 다해 기도했던 샘을 벙어리샘이라 부르게 되었다.
누구든 한평생을 살다보면 말 못할 사연이 한두 개 있게 마련이다. 또 이루고 싶은 소망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럴 때 한번쯤 벙어리샘을 찾아가서 기도해보면 어떨까. 한밭도서관에서 산성동으로 가는 순환도로를 따라 400m쯤 가면 횡단보도가 나온다. 횡단보도건너 도로변의 집 대문 앞에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우물이 있다. 물이 깊어 위험하기 때문에 뚜껑을 덮고 자물쇠를 달았지만 우물 위쪽 벽에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문헌에 의하면,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벙어리샘 덕분에 천근마을은 예부터 부자가 많이 살고 대가 끊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밭도서관 위쪽에 순환도로가 생기면서 벙어리샘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했다. 몇몇 동네사람들의 헌신적인 협조 덕분에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는 것을 알기에 필자도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필자는 벙어리샘의 전설이 좋아서 종종 그곳을 찾아간다. 벙어리샘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희망을 주는 전설의 샘이 되길 기도하고 있다.
정애령 객원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