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춘당 기와 비교사진. 앞쪽 지붕은 KS 규격제품 기와를 사용했고, 뒤쪽 지붕은 전통기법 기와를 사용했다<사진1>. 수리 후 현재의 동춘당 모습<사진 2>. |
“오랫동안 수리했다면서 벽체만 수리했나요?”
우연히 동춘당에서 만난 안면이 있는 분의 질문이었다. 그래도 문화재에 조금은 관심을 갖는 분이었는데 실망스러운 순간은 찰나에 지나가고 어떻게 해서 바로 보이게 해야 할지 난감하였다. 그분의 시야각에는 새로 바른 순백의 회벽이 눈에 들어왔을 것이라는 생각에 담장을 따라 반 바퀴를 돌아 마당 끝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 기와를 재활용해서 새것과 옛 것을 절묘하게 배치했는데 아주 자연스럽고 멋진데 혹시 아닌가요?” 역시 멋을 아는 분이다. 기와 모두를 교체했는데 현재 널리 사용되는 KS 규격으로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기와가 아닌 중요무형문화재 제와장(製瓦匠) 한형중선생이 부여 전통문화대학교 내 전통기와가마에서 만들어 시공한 내용을 세세하게 설명했더니, “그분이 숭례문 복원용 기와를 만든 분으로 언론에서 언뜻 들었노라”고 하신다. 그러면 예산이 많이 들었겠다는 걱정과 함께 가격까지 물어와 “대략 다섯 배 정도 차이가 있다”니 또 놀란다.<사진 1, 2>
▲ <사진 3> 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조물 부재보관소에 있는 동춘당 망와(2008년 촬영) |
이참에 더 놀라게 하려고 내림마루 끝에 세워진 망와를 살펴보라 하고 70년대 초 기와를 보수할 때 당시 문화재연구소에서 손상되었지만 동춘당 건물에 특징적인 기와를 수거해 연구보관용으로 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조물 부재창고에 보관해왔던 망와를 이번에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세운 것이라는 설명까지 마치니 내게 고맙다고 치하를 하신다. <사진 3>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뭔 놈이 번다고 내가 그 꼴이 되어버렸지만 그 순간 동춘당은 잿빛 날개를 펼치는 두루미를 도시 한 복판에서 만나는 느낌이었다.
▲ <사진 4>남간정사에 남아있는 목재의 가공흔적.(2005년 촬영) |
목조건물은 약 백 여 년의 주기로 보수를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아마도 마지막 수리 당시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부분을 생략하면서 부재는 그 자리에 다시 사용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었다.
▲ 남간정사의 모습. 정면이 남간정사이고 오른쪽이 기국정이다.(2005년 촬영) |
시민의 한 사람으로 더 기대한다면 제자리를 떠나 남간정사 입구에 팔십 년 정도 더부살이를 하는 기국정이 적당한 자리를 찾기를 기대한다. 남간정사가 보길도 세연정, 담양 소쇄원과 함께 조선후기 별서정원의 백미로 후손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며 그 또한 우리들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임헌기 객원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