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일]전두환 과징금 추징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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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일]전두환 과징금 추징의 교훈

[중도춘추]임상일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3-09-25 14:18
  • 신문게재 2013-09-26 20면
  • 임상일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임상일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
▲ 임상일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
▲ 임상일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
29만원밖에 없다고 버티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마음을 바꿔 추징금 1675억원을 내기로 결정하였다. 16년 동안 검찰의 직무유기(職務遺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도 사실이지만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공소시효를 코앞에 두고 허겁지겁 법을 개정하여 성과를 낸 것이 잘한 일이라고 칭찬 받아 마땅하지만 그래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1675억원이 얼마나 큰 돈인가? 우리네 서민들에게는 그 규모가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1억원 하는 최고급승용차 1675대를 혹은 1000만원 짜리 경차 1만대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또 학생수 8000명 정도 대학의 약 2년 예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150만 대전 시민에게 한 사람에 약 11만원씩 줄 수 있는 금액이다.

지난 16년 우리 국민들은 누구나 매우 고통 속에 산 세월이었다. 1998년 IMF 경제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실직당하거나 파산하고 길거리에 나 앉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위기와 고통의 세월에 전두환 일가는 물론 그 주변 사람들도 돈과 권력으로 호의호식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땅에 정의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어느 학자는 우리나라에는 정의가 제대로 서 있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게 베스트셀러가 아닌 샌델의 '정의론'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6년 동안 연 5% 금리가 복리로 적용되었다고 가정하면 이 돈은 3656억원으로 불어나 이자만 무려 2000억원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다. 추징금 납부 결정이 난 후 버티고 버티다가 공소시효 끝날 무렵에 추징금을 내면 추징금도 내고 돈도 벌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낱 주차위반 과태료에도 붙는 연체료가 붙지 않기 때문에 우스운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추징금은 죄에 대한 대가인 반면 주차료는 가벼운 잘못에 대한 벌인데 연체에 대해 징벌적(懲罰的) 처벌은 고사하고 추가부담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형벌이 이렇게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행정벌에 대해서는 더 냉소적이다. “재수 없어 걸렸다”, “왜 나만 갖고 그러냐”는 식의 불복종 문화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국민들 사이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 無罪, 無錢 有罪),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 작은 도둑은 감방에 있고 큰 도둑은 활개치고 다닌다”라는 사법 불신이 팽배하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가 추석 때 고속도로에 병풍을 버릴 정도의 뻔뻔함을 우리에게 심어주고 있다. 법을 개정해 추징금을 내지 않을 경우 구속해야 하며(선진국에서는 인신구속을 하고 있다) 연체로 인한 이자를 환수하도록 해야 한다. 또 징벌적 처벌조항을 추가하여 죄를 지으면 호되게 혼이 난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법의식이 보편화되게 해야 한다.

또 앞으로 공직자는 물론 재벌 총수나 그 일가들의 파렴치한 범법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무한 경쟁사회에서 치열하게 생존을 위한 선택이 잘못된 경우와 고의적인 범법행위를 명확히 구별하여 전자에 대해서는 재기의 기회를 주는 등 좀 너그러운 판결이 필요하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더 막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무려 23조원의 추징금을 미납하고 있는 K 회장 일가가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는 보도에 아연질색하지 않을 수 없으며 약 2000억원에 가까운 추징금의 이자만으로도 전두환씨 일가 몇 대가 떵떵거리고 살 수 있다. 지나가는 강아지가 웃을 일이다. “죄 짓고는 못산다.” 양심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형벌로 법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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