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칼럼]'다문화'의 다른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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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칼럼]'다문화'의 다른 말은?

홍성 장곡초 김정희 교사

  • 승인 2013-09-24 14:31
  • 신문게재 2013-09-25 9면
  • 홍성 장곡초 김정희 교사홍성 장곡초 김정희 교사
▲ 홍성 장곡초 김정희 교사
▲ 홍성 장곡초 김정희 교사
'다문화'라는 용어는 사회의 변화에 따른 신조어다. 이 단어를 만나는 순간 '참으로 맞춤한 말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 뒤 다문화교육담당자 연수에서, 시인이며 담당 장학사셨던 분을 만났는데 그 분이 '다문화'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다양한 문화' 라는 의미로 많은 고민 끝에 사용하게 됐는데 어느 순간 전국적으로 사용되고 있더라고 하셨다. 그분은 이 한마디를 만들기 위해 그 동안 많은 시를 쓴 건 아니었을까?

그런데 작년에 홍성 지역의 다문화가정과의 간담회에서 뜻밖의 말을 듣게 되었다. 첫 만남에 '다문화'라는 말에 대한 큰 불만을 이야기하면서 인사가 시작되었다. '피부색도 다르고, 문화도 달라서 겪는 서러움이 얼만데, 왜 하필 이름까지 '다문화'라고 지어서 이렇게 낙인을 찍느냐, 다른 단어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다문화라는 의미를 '다양한 문화'가 아닌 '다른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같은 말을 이렇게 다른 의미로도 쓰일 수 있구나하는 생각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 장학사님께 다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내야 하나 하는 고민도 잠시 해 보았다.

당사자들은 용어까지도 민감한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사회의 차별이나 냉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웃과 더불어 사는 따뜻한 마음과 차별하지 않는 평범함일 것이다. 우리들이 아무 생각없이 하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입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이들을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여름은 정말 무더웠다. 출근 시간쯤에 집앞 호수를 산책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터라 방학이면 내 꼭 해보리라 하는 일 중 하나인 아침 산책을 하게 되었다. 햇살이 퍼지면서 이슬이 걷히는 시간은 바람도 상쾌하고 사방이 눈에 들어와 여유로움을 더했다. 온갖 색깔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마치 심봉사가 눈을 뜨듯, 새삼스레 생경한 것은 날마다 깜깜한 어둠속에서 걷던 길이었기 때문이다.

관목들 사이로 인동넝쿨과 메꽃이 어우러지고 이름 모를 넝쿨들이 가족을 이루어 높은 나무에 오르는 호박 넝쿨을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보아왔다고 하여 인동넝쿨과 호박이 무조건 토종일까? 메꽃은 토종이고, 이제서 알게 된 금계국이나 색이 섞인 토끼풀꽃은 외래종으로 생각하고 있는 내 상식도 틀린 것이다. 메꽃도 아주 오래전에는 외래종이었을 것이다. 호박도, 감자도, 고구마도 아주 먼 옛날에는 외국에서 들어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아름답게 수놓은 많은 식물들은 토종만이 있어야 된다고, 토종 식물만이 아름답고, 우리에게 이익을 준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꽃들만 피어있는 꽃밭도 예쁘지만, 키 작은 채송화가 그 앙증맞은 이쁨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은 키 큰 해바라기가 봉숭아와 분꽃에게도 자리를 내 주고 뒤쪽에 있기 때문이다. 키 작은 꽃을 돋보이게하고, 바람막이가 되어주며, 나팔꽃이 제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해바라기는 제 아름다움이 반감되지 않고 꽃밭 전체도 풍성하게 해준다. 해바라기는 130년전의 고흐작품에서, 외국영화에서도 유명하고, 채송화의 전설이 페르시아 여왕의 이야기인 점을 생각해보면 이 또한 토종이 아닐 수도 있다. 오랜 세월을 우리와 함께 했기에 낯설지 않아 우리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일리라.

꽃밭의 꽃들도 이처럼 서로 어울려 뿌리를 내리고 자리다툼하지 않고 오랜 세월 그 가치를 자랑하며 아름다운 꽃밭을 이루듯 우리들도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간다면 꽃밭보다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김정희 교사는 2012 다문화거점학교인 장곡초등학교에서 운영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홍성교육지원청 TF팀 '다문화학부모동아리'회원이자 다문화이해교육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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