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용지물인 학교 CCTV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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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용지물인 학교 CCTV 많다

  • 승인 2013-09-22 14:04
  • 신문게재 2013-09-23 21면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역점을 두고 수행한 것 가운데 하나가 다름 아닌 4대악 척결이다. 성폭력 척결을 비롯해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척결을 공언하고 나섰던 것이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교내 폐쇄회로(CC)TV 확대 설치를 거듭 강조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전국 학교에 설치된 CCTV 가운데 인물을 뚜렷하게 알아볼 수 있는 고화질 CCTV는 불과 5%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2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안민석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시도 교육청별, 학교급별, 화소별 CCTV 설치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전국 초·중·고교 CCTV 13만1109대 가운데 100만화소 이상은 7033대로 5.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전의 경우 1.7%에 불과해 강원에 이어 두 번째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CCTV 100대 가운데 불과 2대 정도만이 누가 누구인지 분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4대악 척결을 강조하며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고 힘줘 이야기하지만 이 같은 환경에서는 쉽지 않다. 외부인이 학교에 들어와 어떤 엉뚱한 일을 벌여도 CCTV에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CCTV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외부인이 학교에 침입해 발생한 사건사고는 총 1066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대전의 경우 119건으로 서울과 경기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이 발생했다. 고화질 CCTV의 설치가 왜 중요한가를 입증해주고 있는 것이다.

어디 외부인이 학교에 침입해 발생하는 사건사고만이 대상이겠는가. 학생들 사이에 수시로 발생하는 학교폭력 역시 제대로 된 CCTV가 학교 주변 요소요소에 설치돼 있다면 상당수 거름망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지난 3월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북 경산고 최모 군의 경우 유서에서 여러 차례 CCTV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 바 있다. 최 군은 CCTV가 없는 곳이나 사각지대 또는 있다고 해도 화질이 안 좋아 판별하기 어려운 곳에서 구타당했다고 언급했다. 학교 폭력이 어떤 곳에서 이루어지는지를 실감하게 하며 교육당국이 어떤 대책을 서둘러야 하는가를 시사해주고 있다. 결코 간과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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