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라디오방 - 서비스센터의 원조

  • 문화
  •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라디오방 - 서비스센터의 원조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3-09-17 13:55
  • 신문게재 2013-09-18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가을로 접어들면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가까운 옛날을 가끔 회상하곤 한다. 지난 모든 일들은 추억이라는 아름다움으로 거듭난다. 요즈음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물질문화를 좇는 마음이 바쁘기만 하다. 이 바쁜 마음을 내려놓고자 느림의 미학을 찾기도 하지만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여유로움 그것은 곧 옛 추억일 수 있다. 넘쳐나는 여러 가지 미디어의 물결과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전자기기들의 홍수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로움을 라디오방에서 찾아 보면 어떨까?

가까운 옛날에 라디오는 첨단과학기술의 상징이었다. 라디오가 각 가정에 퍼져 나아가면서 라디오를 팔고 사거나 고장난 것을 고쳐주는 라디오방이 있었다. 요즈음으로 치면 전자회사의 서비스센터 역할을 했다. 지금의 서비스센터는 번호표를 뽑고, 대기실에서 기다리거나 맡겨 놓았다가 찾아오면 된다. 수리요원들과 고객들은 분리된 공간에서 소통의 여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라디오방은 달랐다. 큰 고장이 나서 부품을 다른 곳에서 구해오거나 구하지 못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라디오를 고치는 전 과정을 라디오방 아저씨와 함께 하면서 여러 가지 라디오에 대한 지식을 알아 갈 수 있었다. 라디오 부속품에서부터 부속품의 역할, 고장났을 때 간단한 조치방법 등을 익힐 수 있었다. 수리하려고 뜯어놓은 라디오 속을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일이었다. 수리가 불가능한 라디오는 지금처럼 통째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부품을 하나하나 떼어내서 다른 라디오를 고치는데 재활용했다. 그만큼 라디오 부품 하나하나가 귀했던 시절이었다.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변하면서 트랜지스터 하면 곧 라디오를 일컫는 것이 되었다. 특히 도시락보다 작은 휴대용 라디오를 트랜지스터라 부르곤 했다. 당시만 해도 라디오를 들고 다니면서 듣는다는 것 자체도 신기한 일이었다. 라디오를 수리하는데 쓰는 연장들도 우리가 보통 집에서 쓰는 연장들과 다른 것이었다. 특히 전선을 붙이는데 쓰는 납과 납땜 인두는 신비롭기만 했다. 박스형으로 된 납작한 건전지를 휴대용라디오 뒤에 고무줄로 묶어 가지고 다니면서 라디오를 들었던 기억 또한 새롭다. 망가진 라디오 스피커에서 뜯어낸 힘좋은 자석은 땅바닥의 쇳가루를 모으는 최첨단 놀이감이었다. 이러한 라디오방도 읍면 소재지에 한 두군데 밖에 없어서 고장난 라디오를 고치거나 건전지를 바꾸기 위해 라디오방을 찾아 가던 장면 또한 가까운 옛날의 즐거운 추억이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