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 대전지방법원 판사 |
그리 늦지 않은 밤 시간에, 그것도 나이 어린 학생들도 지나다닐 수 있는 도로변에 주차된 차 안에서 낯 뜨거운 불륜장면을 연출한 두 사람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연음란죄나 간통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내릴 수 있는 정당한 처벌의 한계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공연음란죄나 간통죄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어쩌면 육체적 생명은 박탈당하지 않았지만 사회적으로는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그들의 행동을 공개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사생활의 일부가 제한되어야 할 정도로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도 아니다. 동영상을 찍어 유포한 사람을 잡아 형사처벌을 한다 하더라도 이미 사회적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그들의 사회적 생명은 돌아오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동영상의 주인공인 두 사람뿐만 아니라 아무런 잘못이 없는 가족이나 그 주변 사람들까지 엄청난 형벌을 받은 셈이 되었다.
SNS가 보편화되면서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선 사람들에게 법에서 규정된 형벌 이외의 가혹한 형벌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가하고 있다.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이야기가 기사화되자 곧바로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이라며 누군가의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다. 혼외 아들이 맞느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서 사진의 주인공은 아무런 이유 없이 엄청난 고통과 함께 법에도 없는 형벌을 받고 있는 셈이다.
'개인의 사생활'은 범죄예방보다 앞서 존중되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인간이 사회적으로 숨 쉬고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여백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거리에 10m마다 방범용 CCTV를 달고, 가정이나 사무실에도 방마다 CCTV를 설치한다면 범죄는 현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누구든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메일을 열어볼 수 있도록 한다면, 더 나아가 갖가지 방법으로 개인적인 공간을 완전히 없애버린다면 아마도 범죄는 거의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휴대폰, 내비게이션, 신용카드, 컴퓨터, SNS, CCTV 등 개인의 사생활이 기록되는 여러 장치들을 들추어 보면 이젠 정말 거의 비밀이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럴수록 개인의 사생활은 더욱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SNS가 발달하면서 개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나 개인의 사생활을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행위는 그 어떤 범죄보다 심각한 범죄행위가 되었다.
SNS, 누군가를 한 순간에 영웅으로 만들어주기도 하고, 누군가를 한 순간에 사회적으로 영원히 매장시키기도 하는 가장 강력한 권력기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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