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운]음악의 역死 이야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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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운]음악의 역死 이야기꾼

[문화 초대석]한동운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13-09-15 13:46
  • 신문게재 2013-09-16 20면
  • 한동운 음악칼럼니스트한동운 음악칼럼니스트
▲ 한동운 음악칼럼니스트
▲ 한동운 음악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애호가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베토벤 만큼 인기 있는 음악가도 없을 것이다. 송년음악회나 신년 음악회에서 연주되는 교향곡 9번 일명 '합창 교향곡'은 인류가 보존해야 할 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될 정도로 베토벤은 위대한 음악가다. 그러나 때론 과장된 이야기로 그를 영웅시 하는 경향도 있다. 가령, 베토벤은 왕이나 귀족, 성직자와 같은 특정 계층의 후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Freelancer) 활동한 첫 음악가, 즉 시대의 부조리에 저항한 인물로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사실 베토벤보다 더 이른 시기에 모차르트는 음악가를 속박했던 특정계층의 후원에서 벗어나려던 음악가였다. 35년의 짧은 생애를 살다간 모차르트, 그의 생애 마지막 10년은 이러한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쳤던 시기였고,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최근 모차르트에 대한 연구에서 말년의 수입이 적지 않았다는 학설이 있지만, 여하튼 이 시절에 작곡한 작품들은 그의 작품 중 걸작으로 평가된다. 여기서부터 베토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역사를 신화로 바꾸는 '이야기꾼'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위대한 작품은 절망이나 곤궁함 속에서 탄생한다거나 예술가의 비천한 삶은 걸작 탄생의 모체가 된다는 이런 식의 이야기 말이다. 이런 이야기는 베토벤과 모차르트에 대한 미완의 신화를 완성한다.

그러나 이러한 신화는 시청자의 입맛대로 결말 짓는 TV드라마에 지나지 않는다. 몇 해 전 어느 저널에서 역대 클래식 음악가 중 최고의 신동으로 선정된 멘델스존의 삶과 작품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10대에 이미 대표적인 작품을 작곡한 멘델스존은 부유한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라났지만, 그의 작품은 어느 대가의 작품 못지않게 높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베토벤이 살던 빈(Vienna)으로 돌아가 보자. 19세기 유럽 사회는 프랑스 혁명의 여파로 기존체제의 몰락에 대한 불안감 못지않게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비교적 보수적인 빈이었지만 모차르트가 살던 빈 시절과는 많이 달랐다. 그러니까 모차르트가 살던 시절의 빈이나 서유럽은 음악가들이 후원자 없이 오페라나 교향곡과 같은 대곡을 발표할 수 없었다. 당연히 작품을 작곡하던 시간 동안 작곡가의 생계는 후원자들의 몫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 시기에 대부분 음악가는 자신의 생계를 위해 궁정 음악가나 시 소속의 음악가, 교회 음악가로 봉직해야 했던 시절이었다. 하이든이 생애 말년까지 왜 에스테르하찌 가문의 궁정음악가로 살았는지 의문이 풀린다. 반면에 베토벤이 살던 시기는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을 통해 부르주아나 프티 부르주아 같은 새로운 문화 소비 계층이 형성되었던 시기였다. 그렇다 보니 이 시기의 음악가들, 베토벤 역시 자신의 작품을 출판업자들과 계약을 맺고 적절한 저작료를 받을 수 있으며, 흥행사들의 기획을 통해 연주회를 개최하고 표를 발권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따라서 베토벤이 살던 사회적 배경은 어느 정도는 음악가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베토벤이 기존체계에 저항한 대표적인 음악가였다고 목청 높일 것까지는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 역사적 사실일지라도 베토벤 신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베토벤의 신화를 무너뜨리는 인정하기 싫은 주장이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사 교과서의 왜곡, 편향, 표절 문제로 대한민국은 뜨겁다. 때마침 류재준 작곡가의 난파음악상 수상 거부 문제로 음악계 역시 뜨겁다. 역사학계, 정치계는 물론이고 예술계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이념의 문제로 치열하게 전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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