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해외 환자 유치의 허와 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안상윤]해외 환자 유치의 허와 실

[중도 프리즘]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승인 2013-09-15 13:41
  • 신문게재 2013-09-16 21면
  •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국경을 초월한 의료서비스 구매가 보편화됨에 따라 의료산업이 발달한 나라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도 지난 한 해 동안 치료목적으로 15만5672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 2391억 원의 진료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정부가 당초 내세운 외국인 환자 유치 목표 15만 명을 초과달성한 것이다. 2009년 의료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글로벌산업으로의 위상강화를 주도하고 있는 정부와 관련 산업계의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외형은 의료와 관광업계 자체의 노력이라기보다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및 관계 기관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의한 성과라는 점에 있어서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동안 정부는 부처 간 협력강화를 통한 관련 법률과 제도의 개선을 통하여 의료산업의 글로벌화를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목적으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여 지역 병원들에게 공급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관 주도형 사업 추진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관련 산업계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당연히 의료산업의 글로벌화는 의료와 관광을 비롯한 관련 산업계가 주도해나가야 한다는 요구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해외환자 유치사업에 대한 경제적 분석과 평가결과를 볼 때 산업계가 주도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여 견인해나갈 수 있을 만큼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관련 학계나 전문가 집단에서 전국 16개 자치단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난 3년 동안의 외국인 환자 유치 효율성 분석결과를 보면, 제주도만이 일관되게 투자 대비 성과를 거두고 있을 뿐이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2011년 이후에야 비로소 대형병원과 검진센터 등을 찾는 외국인 환자 수의 증가에 힘입어 투자 대비 성과에서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제주도의 성과 달성은 의료보다는 주로 관광 사업에 의한 결과이다. 서울에는 최근 건강검진, 피부 및 성형미용을 목적으로 외국인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은 거꾸로는 의료기술의 발달이나 국부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중증질환자의 방문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정부와 관련 기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14개 자치단체들은 아예 투자 대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현재 유지되고 있는 외국인환자 유치의 효율성조차도 정부의 지원과 자치단체장들의 정치력에 의한 것으로 산업계의 역량이 거의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에 대한 지난 3년 동안의 분석결과들을 종합해보면, 부산이나 인천과 같은 대규모 국제도시마저도 의료산업 글로벌화의 효율성이 각각 30%, 50% 정도로 낮게 조사되고 있다. 이렇게 낮은 수치마저도 의료나 관광업계의 자체 생산력이나 비즈니스 역량에 의한 결과라기보다는 주로 정부와 유관기관의 지원에 의한 것이다.

한국의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은 정부, 자치단체 및 관련 기관의 지원이 없을 경우 사업 자체가 원점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의료산업의 글로벌화가 제 궤도를 찾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분발이 요구된다. 하지만,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겠다고 보건복지부에 등록한 2285개의 의료기관들 중 약 58% 정도는 지난해에 단 한명의 외국인 환자도 유치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이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환자 유치에 능통한 전문가도 없어 일종의 브로커인 유치업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잦다. 의료계가 전문가적 권위만 내세우기보다는 해외 진출에서 성공하고 있는 강소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비즈니스 구조와 역량을 배워야 할 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