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로 한밭대 건설환경조형대 학장 |
그러나 개념과 내용이 모호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창조'가 갖는 추상적 개념과 추진 주체의 보편성이 부족한 탓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 발표한 저서 『제3의 물결』을 통해 제1의 물결(농경시대), 제2의 물결(산업화 시대)에 이어 제3의 물결(지식정보시대)을 전망했다. 토플러는 저서에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지배한다”고 말했다.
정보화 시대가 된 것도, 젓가락을 사용하는 한국이 정보화의 최고 국가가 된 것도 정확한 예측이었다. 지금은 수천만 대의 컴퓨터가 있지만 80년대에는 일반인이 컴퓨터를 접할 수 없던 만큼, 정보화시대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1970년에는 자동차가 50만대에 불과했다. 이때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며 '20년 후에는 집집마다 자동차를 보유할 것'이라고 한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국내 자동차 수는 약 2000만대에 달한다.
미래를 잘 예측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잘 준비하기도 쉽지 않다. 어느덧 30년 정보화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많은 미래학자는 녹색과 우주, 바이오 혁명을 예측하고 있다. 더불어 창조적 혁명에 의해 진화된 창조사회가 될 것으로 예견한다.
한국 등 선진국들은 현재의 산업구조에서 더는 버티기 어려워졌다.
대량생산시대에서 발생하는 과잉 생산과 경기 부진, 에너지 고갈, 개발도상국의 맹추격 등이 위기 요인이다.
또 가시적인 물질 교환으로 이뤄지는 사회구조의 가치혁신을 이루지 않고는 저출산 노령화나 불평등, 개인의 감성적 요구 등을 해결할 수 없다. 새로운 산업과 사회 구조를 만들려면 창조사회로의 전환은 필수적이다. 한국은 휴대전화와 가전제품, 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 수출에 의존한 경제구조다. 때문에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의 추격에 위협을 받고 있다. 세계최고가 될 신수종이 절실하다.
창조의 사전적 정의는 전에 없었던 것을 처음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유무형의 생활양식에서 새로운 성과와 업적, 가치를 이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창조사회란 창조적 잠재력을 잘 발현시킬 수 있는 사회환경이 갖춰진 사회를 말한다. 한국사회의 창조성은 몇 점일까? 지난해 Adobe사 조사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20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다만, 정보통신(ICT)분야만 1등이다. 획일적 주입식 교육은 지식수준을 높였지만, 창의성 자율성을 저하시켰다. 또, 정부주도의 추격형 연구가 초고속 성장을 가능케 했으나, 기초과학과 선도형 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했다. 목표 지향적 산업구조 역시 산업 고도화에 기여했으나, 산업과 문화의 다양성을 제한했다.
이제 누구에게나 있는 창조적 재능을 발휘하게 할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타고난 끼와 꿈을 찾아 키워나갈 수 있는 교육제도가 시급하다. 연구는 모방형에서 선도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또 상상력과 지식이 중심이 된 서비스 문화산업과 자가생산, 소비자중심 시장으로 변해야 한다. 창조적 상품은 동종 상품보다 수십 배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모든 부분에서 세계 최고의 창조성을 보일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명석하다. 교육열과 도전정신, 열정이 높은 만큼 잠재적 여건은 우수하다. 정부는 우선 한국이 최고인 정보 통신을 기반으로 다른 분야의 창조성을 키워내 창조경제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를 열려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시대를 바꾸는 에너지는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국민에게 창조사회, 특히 한국형 창조경제의 청사진을 보여야 한다. 모든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또 창조의 성과가 소수에게 집중된다면 양극화 등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사회를 열어가는 초석을 마련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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