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진섭]땡땡이 리더십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방진섭]땡땡이 리더십

[사이언스 칼럼]방진섭 KAIST 교학기획팀장

  • 승인 2013-09-11 13:30
  • 신문게재 2013-09-12 21면
  • 방진섭 KAIST 교학기획팀장방진섭 KAIST 교학기획팀장
▲ 방진섭 KAIST 교학기획팀장
▲ 방진섭 KAIST 교학기획팀장
많은 현대인들이 다양한 형태의 조직생활을 통해 삶을 영위하게 됨에 따라 싫든 좋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세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성공적인 조직생활을 위한 인간관계와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자세 등에 대한 나름대로의 주장과 이론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간관계 형성과 리더십의 유형에도 변화를 겪고 있고, 때로는 새로운 그럴싸한 주장에 열광하기도 한다.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상사가 바쁘게 움직이고 바쁜 척을 하게 되면 왠지 모르게 긴장되고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중압감을 느끼게 되고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다가올 때가 많다. 그리고 전체적인 방향이나 핵심적인 내용보다는 세부적인 사항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간섭을 하게 되면 자발적인 업무수행보다는 상사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상사에게서 무언가 여유로움이 느껴지고 세부적인 간섭보다는 전체적인 방향과 일의 핵심적인 부분에서 적절하게 맥을 이끌어주는 경우에는 일에 대한 자발성과 책임의식이 더욱 높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일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직위의 단계에 따라 리더십의 유형이 달라야하겠지만 일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위해서 '땡땡이 리더십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땡땡이'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눈을 피하여 게으름을 피우는 짓'이라고 부정적인 의미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하여 '바쁘더라도 바쁜 척을 하지 않고, 일부러 눈을 피해주어 자율적으로 일하게 하는 짓'으로 접근하는 생각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엉뚱하겠지만 때로는 역발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단점을 인지하고 극복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를 적용하여 보면 땡땡이 리더십의 본질은 자율과 책임이고 배려와 자신감이 핵심이다. 바쁘더라도 바쁘지 않은 척하는 여유와 자리에 하루 종일 앉아 있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타 부서 및 외부와의 협력을 도모하고 가끔은 의도적으로라도 일을 핑계로 자리를 비워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상사는 앉아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존재이기에 부서원들이 자율적으로 일을 수행하고 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질 수 있는 문화를 위해서는 땡땡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개개인의 창의성을 보다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땡땡이라는 용어를 리더십에 사용한다는 것은 자신감과 배려의 정신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리더는 바쁘게 일을 하면서도 여유로운 모습을 통해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일을 당당하게 해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갖추고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거나 내면에 자신감을 갖고 있지 못하는 경우 일부러라도 바쁜 척을 하거나 무엇인가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게 되고 의도적으로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행동을 보이게 된다.

예전에 언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깨알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너무 세부적인 사항까지 대통령이 지시하다보니 과연 공약했던 책임 장관제의 실현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정세가 워낙 긴박하게 돌아가고 국정초기임을 감안하여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기는 하지만 계속적인 깨알 리더십으로는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가기 어렵다. 따라서 국정현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면서 전체적인 틀에서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자신감을 가지고 자율과 책임이 가동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때로는 땡땡이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