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진섭 KAIST 교학기획팀장 |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상사가 바쁘게 움직이고 바쁜 척을 하게 되면 왠지 모르게 긴장되고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중압감을 느끼게 되고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다가올 때가 많다. 그리고 전체적인 방향이나 핵심적인 내용보다는 세부적인 사항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간섭을 하게 되면 자발적인 업무수행보다는 상사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상사에게서 무언가 여유로움이 느껴지고 세부적인 간섭보다는 전체적인 방향과 일의 핵심적인 부분에서 적절하게 맥을 이끌어주는 경우에는 일에 대한 자발성과 책임의식이 더욱 높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일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직위의 단계에 따라 리더십의 유형이 달라야하겠지만 일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위해서 '땡땡이 리더십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땡땡이'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눈을 피하여 게으름을 피우는 짓'이라고 부정적인 의미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하여 '바쁘더라도 바쁜 척을 하지 않고, 일부러 눈을 피해주어 자율적으로 일하게 하는 짓'으로 접근하는 생각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엉뚱하겠지만 때로는 역발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단점을 인지하고 극복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를 적용하여 보면 땡땡이 리더십의 본질은 자율과 책임이고 배려와 자신감이 핵심이다. 바쁘더라도 바쁘지 않은 척하는 여유와 자리에 하루 종일 앉아 있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타 부서 및 외부와의 협력을 도모하고 가끔은 의도적으로라도 일을 핑계로 자리를 비워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상사는 앉아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존재이기에 부서원들이 자율적으로 일을 수행하고 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질 수 있는 문화를 위해서는 땡땡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개개인의 창의성을 보다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땡땡이라는 용어를 리더십에 사용한다는 것은 자신감과 배려의 정신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리더는 바쁘게 일을 하면서도 여유로운 모습을 통해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일을 당당하게 해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갖추고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거나 내면에 자신감을 갖고 있지 못하는 경우 일부러라도 바쁜 척을 하거나 무엇인가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게 되고 의도적으로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행동을 보이게 된다.
예전에 언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깨알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너무 세부적인 사항까지 대통령이 지시하다보니 과연 공약했던 책임 장관제의 실현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정세가 워낙 긴박하게 돌아가고 국정초기임을 감안하여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기는 하지만 계속적인 깨알 리더십으로는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가기 어렵다. 따라서 국정현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면서 전체적인 틀에서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자신감을 가지고 자율과 책임이 가동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때로는 땡땡이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