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옥]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라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윤옥]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라렴

[교육단상]김윤옥 천안신부초 교사

  • 승인 2013-09-10 14:08
  • 신문게재 2013-09-11 20면
  • 김윤옥 천안신부초 교사김윤옥 천안신부초 교사
▲ 김윤옥 천안신부초 교사
▲ 김윤옥 천안신부초 교사
급식실 문밖에서 기다리던 아이들이 포도알처럼 매달린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만난 아이들의 피부는 까맣게 그을려 있고 앞니가 빠진 채 웃는 모습은 마냥 귀엽고 천진난만하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키가 훌쩍 자라 있고 생각주머니도 큼지막하게 부풀어 있다. 학급에서 동시 외우기와 시(詩) 쓰기를 하는데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하얀 종이 위에서 톡톡 터지는 언어들이 영롱하다. 짧지만, 자신의 생각을 잘 나타낸 학생 시 한편을 펼쳐본다.

은행잎은 부채//단풍잎은 오리발//시원하게 해주는 은행잎//귀엽게 걸어다니는 단풍잎(은행잎 단풍잎)

입학식 때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모든 것에 관심이 많아 눈이 반짝반짝 빛났고 잠시 집중하는 것도 힘들어 하던 ○○,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 할머니 댁에서 자란 아이는 쉽게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했고 끊임없이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의 어머니와 몇 번의 상담을 하면서 아이를 위해 학교와 집에서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먼저 차분하게 의자에 앉게 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힘들어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학습 태도가 좋아졌다. 조금씩 좋아질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에는 떠듬떠듬 글을 읽던 아이가 지금은 동시를 외워 큰소리로 발표할 줄 안다. 자신이 쓴 글을 말할 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불만이 가득 섞인 말투가 부드럽게 순화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화장실에서 친구들과 장난도 하고 복도에서 뛰기도 하지만 귀여운 일탈로 생각하기로 했다. 관심과 사랑은 아이들의 바른 성장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것 같다.

운동장에서 개미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앉아서 지켜보는 아이. 개미가 다치지 않도록 길 안내를 해주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지켜본다. 작은 생명도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새로운 만남을 글로 나타낼 줄 아는 아이는 진정한 꼬마 시인이다.

개미는 일꾼 같아//볼록 들어간 허리//아무것도 먹지 않고//부지런히 일하는 개미야!//밥 먹고 일하렴(개미)

요즘 아이들은 할 일이 많고 바쁘다. 학교 공부가 끝나도 들러야 할 곳이 많다. 어떤 아이는 어깨에 멘 가방이 축 늘어져 몸이 뒤로 넘어갈 것 같다. 주변 여건은 빠르게 변하지만 아이들의 심성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티 없이 맑고 곱다. 조그마한 일에도 함박웃음을 와르르 쏟아내고 꼼지락거리면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바람이 있다. 하나는 컴퓨터나 휴대전화로부터 벗어나 자연과 교류하며 소중한 추억을 많이 쌓는 것이다. 이름 모를 들꽃에서도 생명의 소중함을 찾는 따뜻한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좋은 글을 많이 읽고 쓰는 것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마음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마음을 가꾸기 위하여 많이 읽고 써 보는 것이다.

가만히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본다. 때로 지치기도 하고 마음이 어두워질 때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미소를 바라보면서 생기를 찾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배운 것도 많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에 들어가 보냈던 시간은 내 인생에서 소중한 자리로 남아 있으리라.

아이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이들아, 사랑한다! 지금 그대로의 마음을 갖고 자라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