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대륙 간 사이버공연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진 것은 한국, 브라질, 스페인, 체코 등 참여국간 구축된 과학기술 네트워크를 기본으로 데이터 전송 지연 시간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원거리를 고속 전송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참여 국가 간 일방적인 콘텐츠 전송이 아니라 참여국들이 상호 서로 소통하며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과학기술 연구망을 통한 과학과 문화의 만남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러한 네트워크는 단순히 컴퓨터를 도와주는 하나의 도구로써 여겨져 왔다. 그러나 현재는 인류가 사는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길과 같은 인프라스트럭처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유럽, 미국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네트워크 인프라스트럭처를 사람이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공공 인프라스트럭처로 규정하고 관리해 나가고 있다. 연구망은 일반적인 사용자가 사용하는 상용 인터넷 서비스와 달리 연구자 및 교육자가 사용하는 고성능 네트워크로 최근 고에너지물리, 천문우주 등 과학기술 연구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부분에 까지 그 영토를 넓히고 있다.
예전부터 복잡한 네트워크를 설명할 때, 비유 대상으로 주로 길을 이용하여 설명하곤 해왔다. 왜냐하면 길은 주로 사람, 동물 특히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는 땅 위에 일정한 너비의 전달 혹은 소통의 공간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인 네트워크와 매우 유사하다. 특히 연구망(Research Network)을 설명할 때, 대개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네트워크보다 고성능의 전송 성능을 보장하는 연구망은 일반도로와 다른 고속의 주행이 가능한 고속도로와 비유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구축 및 운영하고 있는 과학기술연구망을 사이버아우토반이라고 부르는 것도 여기에 기인하고 있다. 무제한의 속도로 질주하는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처럼 과학기술 데이터를 전송하고자 하는 염원에서 이렇게 부르고 있는 것이다.
연구망은 또한, 단순한 물리적인 네트워크가 아니라 점차 과학, 문화,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융합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즉 길이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공간을 마련하여,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인류를 가능하게 했다면, 현재 연구망은 사람이 만드는 콘텐츠를 고속으로 전달할 뿐만 아니라 단순한 콘텐츠 전달을 넘어서 콘텐츠의 융합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존에 없었던 미지의 영역을 만드는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연구의 패러다임이 학제 간 융합연구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미래 연구 환경으로 급속하게 변해가면서 네트워크 기술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고성능 컴퓨터와 첨단 과학기술 정보 및 연구자 등을 통합ㆍ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해가고 있는 것이다. 기술보다 사람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 아무리 편리하고 좋은 길이 있어도 거기에 사람들이 오고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듯이 이제 국가과학기술연구망은 우리나라를 넘어서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창조의 길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융합과 창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국가과학기술연구망의 새로운 도약을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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