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용]쉬는 시간 10분의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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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용]쉬는 시간 10분의 마력

[교육단상]박종용 대전법동초 교장

  • 승인 2013-09-03 14:32
  • 신문게재 2013-09-04 20면
  • 박종용 대전법동초 교장박종용 대전법동초 교장
▲ 박종용 대전법동초 교장
▲ 박종용 대전법동초 교장
지난 8월 30일, 우리 학교가 제3회 학생폭력예방사례공모전에 선정되어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으러 서울 백범 김구 기념관에 다녀왔다. 동행한 김난희 부장님과 서울행 KTX를 타고 가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다. 필자가 교단에 첫발을 내디뎠던 31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요일 저녁만 되면 출근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렌다고 했더니, 김 부장님도 예전엔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 일요일 저녁 쯤 되면 학교에 간다는 생각에 설렌다고 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일요일 저녁만 되면 우울한 기분이 드는 '월요병'이라는 공약수를 갖고 있는데, 우리는 '설렘'이라는 공배수를 가졌다며 웃었다.

필자는 어떤 상황에 놓이든 행복하다. 많은 이들이 꿈과 이상을 크고 높게 가져야 한다고들 하지만, 필자의 꿈은 그러하지 못하다. 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엔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을 생각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불편하다고 생각될 때에는 어릴 적 살던 시골집이나 더 작은 집을 돌이켜본다. 분수를 알고(知分), 분수를 지키고(守分), 분수에 만족한다(滿分)는 좌우명처럼 필자의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지금 이순간 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슬프거나 화나도 무덤덤하게 받아넘길 수 있게 된다.

“와~, 민호야~, 수진아~!”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40분 수업이 끝났나 보다. 활짝 열린 출입문을 통해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필자도 잠시 일어서서 눈길을 돌린다. 열심히 공부한 후 밝게 웃으며 생기 넘치게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들의 생기를 접해서 그런지 필자도 활력이 샘솟는다. 가끔 1학년 아이들이 교장실 문을 빼꼼히 열고 “교장 선생님, 뭐 하세요?”라며 물을 때가 있다. 결재한다고 대답하면, '결재'가 뭐냐고 되묻는다. “응, 너희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자료를 살펴보는 거야”라고 대답하니 활짝 웃으며 사라진다.

3월에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쉬는 시간만큼은 '실내정숙'이란 말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예전과 달리 요즘 아이들은 모래판이 아닌 공부와 씨름하고 있다. 수업이 끝나고 친구와 놀고 싶어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원이나 과외, 방과후 수업에 떠밀려 놀만한 시간도 친구도 찾기 어렵다. 그나마 수업과 수업 사이에 주어진 10분간의 쉬는 시간이 친구와 정담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기에 쉬는 시간만이라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놔두고 싶었다.

40분간 공부하느라 애썼으니, 10분만큼이라도 맘껏 즐기게 하고 싶었다. 양기(陽氣)가 발바닥에 있는 아이들에게 사뿐사뿐 걸으라고 강요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생각이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기분도 전환 되고, 스트레스도 발산하여 다음 수업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고 본다. 토막잠을 자고 나면 몸이 개운한 것처럼, 10분의 휴식이 아이들에게 꿀맛처럼 달콤한 시간이라고 본다.

쉬는 시간이 자유롭다고 해서 아이들이 무질서하거나 예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교사들이나 지역 주민들, 심지어 교문에서 학교폭력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경찰관들도 우리 학교 아이들의 얼굴이 밝고 예의 바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수업 시간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분하게 앉아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길이 아닌 잔디밭을 가로질러 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가시 울타리를 친다고 해서 울타리의 구멍이 사라지고 잔디밭의 지름길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21세기를 이끌어갈 우리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인정하여 끼와 재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우리 교육자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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