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욱]꿈과 신념을 지키는 기업이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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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꿈과 신념을 지키는 기업이 오래간다

[경제칼럼]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 오성철강 회장

  • 승인 2013-09-02 13:40
  • 신문게재 2013-09-03 21면
  • 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오성철강 회장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오성철강 회장
일본이나 독일,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100~200년 이상된 장수기업이 수백개에 이른다. 이들 장수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은 확고한 기업이념을 갖고 본업에 충실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기적인 이익에 연연해 하지 않고, 문어발식 확장을 지양하고 끊임없이 전통을 발전시키고 혁신을 게을리하지 않은 기업들이다. 그리고, 인간중심의 경영을 중시한 문화, 인재를 소중히 하는 기업풍토, 혹독한 후계자 세습제도 등이 있어야 장수를 할 수 있었다고 연구기관들은 분석한다. 우리나라도 30~40년된 기업들이 많고, 후대로 계승 발전되는 단계에 있어서 중요한 시사점을 남겨준다.

40여년간 기업을 운영하면서 매순간순간 어려움이 있었고, 그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꿈과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걸레와 공구로 장사를 시작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철”을 만지게 됐고 철과 인연을 맺은지 벌써 40년이 되었다. 국내 모 대기업의 회장이 금과옥조와 같은 말로 “철을 아끼기를 와인잔 같이 하거라. 철은 절대 널 배반하지 않는다” 라는 말을 한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사실 이 한마디 말에는 “돈을 좇지 말고 철을 아끼고 소중히 다루고 감사히 생각하면 돈은 그 다음에 자연히 따라온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기도 하다. 경제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기업인수나 건설사업이나 기타 연관사업을 인수하라는 제의를 많이 받아왔지만, 이 한마디 말을 가슴에 새기며 늘 묵묵히 철만 만지려고 노력했다.

대전을 기반으로 기업을 하다보니, 여러 기업인들의 흥망성쇠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느끼는 것이 많다. 수십년간 지역사회가 떠들썩할 정도로 일확천금을 한 기업인을 여럿 보았으나 그 중에 지금까지 그 부를 누리는 사람은 몇 명 안되는 것으로 안다. 지난 수십년간 대대손손 부자였던 사람들도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고,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했다는 사람도 있고, 형제간에 싸움으로 풍비박산이 났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기업인으로서의 꿈과 신념이 있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꿈이 확고하면 기업이 아무리 어려워도 그 자리를 지킬 수 있고 꿈과 가치가 없으면 기업은 경제상황에 따라, 또는 경영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쉽게 흔들릴 수 있다. 내가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자식같이 여기고 소중히 대하면 그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는 언젠가 인정받고 기업이 활력을 찾게 된다. 가치있는 것을 창출하기 위해 종업원이 한뜻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임직원의 열정이 살아있으면 기업은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익이 쌓여 이익잉여금이 늘어나고 회사가 커질수록 초심의 꿈을 잃지 않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아야 한다. 행여나 일확천금으로 회사가 크게 성장하더라도 10~20년이라는 세월 속에 바람처럼 사라지지 않도록 늘 초심으로 돌아가 자세를 낮추고 꿈을 가다듬는 마음가짐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어느 순간 튼튼한 기업이 엉뚱한 주식투자나 엉뚱한 사업을 인수하거나 큰 건물을 사고 마음가짐이 해이해지면 곧 기업은 쇠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동차, 스마트폰을 제외한 기타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로 산업계 전반의 분위기기 심상치 않다. 특히 건설관련 산업은 살얼음판이라고 할 정도로 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이다. IMF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일본식 장기불황의 터널로 이미 진입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불황의 늪을 10~20년 버티려면, 기업 본연의 업무가 무엇이고 그것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돌아보아야 할 시기다.

언제나 그렇듯이 기업 경영의 어려움은 늘 상존하고, 그 어려움 속에서도 기업은 가치를 창출하며 인정받고 또 시대흐름에 맞게 변해야 살 수 있다. 우리나라가 산업 전반이 선진국화 되는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그에 맞게 기업도 변해야 하는 시점이다. 내가 하는 사업이 무엇이든 간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 꿈을 되새기며 시대의 흐름에 맞게 고객이 요구하는대로 변하는 것이 장수기업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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