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양민 수장시킨 비극의 현장'

[객원기자]'양민 수장시킨 비극의 현장'

6·25때 북한군 퇴각하며 만행… 점차 잊혀지는 현실 안타까워 ●돌봄사업 활동기-대전형무소 우물

  • 승인 2013-08-29 14:43
  • 신문게재 2013-08-30 12면
  • 최연숙 객원기자최연숙 객원기자
문화재 돌봄 활동을 하면서 대전 곳곳을 다니고 있다. 돌봄 활동은 대부분 비지정문화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도심 외곽 인적 드문 곳에 자리하고 있는 문화재들이 많다.

처음 그 곳들을 찾아 갔을 때 무성한 잡풀 속에서 칠이 벗겨진 채로 무너지고 허물어진 문화재들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던 것 같다. 한 달에 두 세 번 씩 문화재들을 찾아가 잘 보존되고 있는지, 어디 잘못된 곳은 없는지, 점검하고 정리하는데 그 일이 내게는 무척이나 소중하고 의미있다. 어느 한군데 소중하지 않는 곳이 없지만 몇몇 곳은 마음이 더 쓰인다.

28일 대전시 중구 목동에 남아있는 대전형무소 우물(사진)을 찾았다. 6·25전쟁 시 북한군이 퇴각하면서 수 백명의 양민을 우물 안에 수장시켰던 비극의 현장이여서인지 유난히 마음 가는 곳이다. 찾아 갈 때마다 주변을 정리하고 풀을 뽑고 쓰레기들을 줍는 활동을 하는데 작업하는 내내 마음으로 그들에게 위로의 말들을 전하게 된다. 땅 속 깊은 곳에서 끌어 올린 맑은 물로 그들의 목마름을 달래 주었던 우물은 이제 억울한 사연을 담은 죽음의 현장이 되었다.

아픔이 스며있는 비극의 현장인 대전 형무소 우물. 찾아가서 손보고 마음 쏟을 때 마다 조금씩 깨끗해져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보람 있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소외되고 잊혀져 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최연숙 객원기자 (한밭문화마당 문화재돌봄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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