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 곳들을 찾아 갔을 때 무성한 잡풀 속에서 칠이 벗겨진 채로 무너지고 허물어진 문화재들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던 것 같다. 한 달에 두 세 번 씩 문화재들을 찾아가 잘 보존되고 있는지, 어디 잘못된 곳은 없는지, 점검하고 정리하는데 그 일이 내게는 무척이나 소중하고 의미있다. 어느 한군데 소중하지 않는 곳이 없지만 몇몇 곳은 마음이 더 쓰인다.
28일 대전시 중구 목동에 남아있는 대전형무소 우물(사진)을 찾았다. 6·25전쟁 시 북한군이 퇴각하면서 수 백명의 양민을 우물 안에 수장시켰던 비극의 현장이여서인지 유난히 마음 가는 곳이다. 찾아 갈 때마다 주변을 정리하고 풀을 뽑고 쓰레기들을 줍는 활동을 하는데 작업하는 내내 마음으로 그들에게 위로의 말들을 전하게 된다. 땅 속 깊은 곳에서 끌어 올린 맑은 물로 그들의 목마름을 달래 주었던 우물은 이제 억울한 사연을 담은 죽음의 현장이 되었다.
아픔이 스며있는 비극의 현장인 대전 형무소 우물. 찾아가서 손보고 마음 쏟을 때 마다 조금씩 깨끗해져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보람 있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소외되고 잊혀져 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최연숙 객원기자 (한밭문화마당 문화재돌봄사업단)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