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고택서 느끼는 조선 여류시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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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문화재-③ 송용억 가옥

  • 승인 2013-08-28 21:35
  • 신문게재 2013-08-30 12면
  • 한소민 객원기자한소민 객원기자
▲ 23일 송용억 가옥에서 열린 김호연재 여성문화축제 첫날 배재대 문희순 교수가 김호연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23일 송용억 가옥에서 열린 김호연재 여성문화축제 첫날 배재대 문희순 교수가 김호연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어느 누구의 인생이랄 것도 없이 우리네 인생은 사연도 많고 곡절도 많다. 누군가가 됐든 진솔하게 전해오는 그이의 인생 이야기를 듣다보면 멀거나 낯설었던 사람도 가깝고 친근하게 여겨지기 시작한다. 그것이 이야기의 힘이다. 그 힘이 문화재에 담겨 전해 질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아무런 의미 없던 공간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찾게 되고, 몇 백년 몇 천 년 동안 잠자고 있던 누군가의 삶이 깨어나 바로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게 된다.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 송용억 가옥의 소대헌에서 진행되는 '제4회 김호연재 여성문화축제'. 그 곳에서 우리는 유교로 무장한 조선시대, 자신의 호처럼 호연(浩然)하게 당당하고도 의연하게 살다간 김호연재라는 한 여인의 삶과 만나게 된다. 한 글자 한 글자 가슴으로 쏟아낸 글들을 읽으며 대장부 같은 호탕한 기상과 함께 외롭게 지내야만 했던 여인의 쓸쓸한 회한과도 마주 할 수 있다.

김호연재. 그녀는 19세에 동춘당의 증손자인 송요하와 혼인하여 마흔 두 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곳 송촌에서 살았다. 숨 막히는 가부장적 유교질서 속에서도 자유분방한 감수성을 표현했으며, 남존여비의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도 양성평등을 꿈꾸던 대장부였다. 남편과 떨어져 살았던 시간이 더 많았던 그녀는 남편의 무관심함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해 나갔는데, 이러한 사상과 정신은 그녀의 시와 글에 잘 녹아있다. 호연재가 삼산군수에게 쌀을 빌리면서 지은 시, 걸미삼산수 (乞米三山守)는 그녀의 기질을 잘 나타내 주는 시이기도 하다. “호연당 위의 호연한 기상/사립문 위의 구름과 물, 호연함을 즐기네/호연이 비록 즐거우나 곡식에서 나오는 법/삼산군수에게 쌀 빌리니 또한 호연한 일일세//

대덕구청이 주최하고 대덕문화원이 주관하는 김호연재 여성 문화축제는 지난 2010년 처음 시작되어 올해로 제4회를 맞았다. 지난 23일을 시작으로 30일, 9월 6일과 13일, 매주 금요일 밤 7시부터 9시까지 이야기로, 노래로, 글쓰기로 다양하게 진행된다.

지난 23일 저녁, 고택이 오랜만에 북적였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히 오갔고 깊은 어둠이 쌓여 있었던 고택 곳곳에 달빛처럼 환한 불들이 매달렸다. 배재대 문희순 교수가 시작을 알리며 김호연재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충남대 이성배 교수와 함께 김호연재 자경문 훈독도 진행되었다. 또한, 행사 진행 내내 마루 한켠에서는 '한밭 레츠 다도회'에서 준비한 전통차 시음과 묵지회의 부채 글씨 써주기 행사가 이루어졌다. 소대헌을 가득 메운 이들은 저물어가는 여름 밤, 시와 슬을 사랑했던 한 여인이 남겨놓은 글들을 들으며 3백년이라는 긴 시간을 넘나 들 수 있었다.

한소민 객원기자



송용억 가옥은?

대전시 대덕구 동춘당 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는 고택으로, 동춘당 송준길의 둘째 손자 송병하가 분가하면서 살기 시작한 집이다. 이 곳은 동춘당 송준길의 증손자이며, 송병하의 며느리인 김호연재가 244수의 시를 짓는 등 많은 문학작품들을 만들어 낸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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