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판결]“부당대우 비난은 명예훼손 아냐”

용역회사 공개 비난 충남대 청소미화원 무죄 재판부 “미화원 처우개선 등 공익위한 행위”

2012년 8월 16일 오전 11시 30분 충남대 대학본부 현관 앞, 청소미화원 40여명과 시설근로자 10여명 등이 모였다. 청소업무를 하는 근무자가 용역업체 본부장과 충남대 청소관리소장으로부터 폭행당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마이크는 잡은 이는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민주노총 일반연맹 지역노조 사무처장인 이모(37)씨와 충남대 약학대 청소미화원인 최모(54)씨다.

이들은 “청소용역업체인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본부장과 청소관리소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용역업체 직원들이 근무자를 찾아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화원의 목을 조르고 팔을 뒤에서 결박하고 '밤길 조심하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현장관리소장은 근로자들을 상대로 '청소 물품이 없으면 청소하지 마라'고 했고, 유공자회 관계자들은 '김대중 다리도 우리가 부러뜨렸다'며 위압적인 말을 했다. 충남대 청소미화원 폭행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는 내용의 연설을 하며 전단을 배포했다.

검찰은 청소용역관리소장과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들을 기소했다.

하지만, 대전지법 형사6단독(판사 이용균)은 28일 무죄를 선고했다. 우선, 유공자회 본부장과 유공자회 소속 충남대 청소용역 현장관리소장이 실제 최씨에게 욕설하며 전치 2주의 상해를 가한 점과 현장관리소장이 미화원 7명에게 '우리는 사람 죽이는 기술을 배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또 청소미화원들이 청소 물품의 원활한 공급을 요구하면 유공자회 소속 간부들은 평균연령 60대 이상인 미화원들에게 반말하고 과거 자신들이 받은 훈련 등을 들먹이며 위압적인 언행을 해왔던 점도 언급했다.

특히, 미화원들이 충남대 측에 진상조사와 시정을 요구했지만, 대학 측에서는 청소용역업체 내부의 일이고, 사건을 조사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개입하지 않으려고 한 사실 등을 종합해 무죄를 결정했다.

이용균 판사는 “피고인들은 오히려 피해자들이 평소에 청소미화원들을 부당하게 대우해온 것에 대항한 것으로, 미화원의 처우개선과 충남대 청소미화 용역의 적정성 제고를 위한 공공의 이익 차원에서 한 행위”라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