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하 서천여중 교사 |
이 제자들은 나의 모교이자 첫 부임지에서 만난 아이들이다. 생소하고 어렵기만 한 업무와 고군분투하며 비담임으로 신규 1년을 보내고 “이제 담임이 너무 하고 싶다!”란 생각이 들 때쯤 처음으로 담임을 맡아, 이 아이들의 고2, 고3 시절을 함께 한 소중한 나의 첫사랑(?!)들이었다. 그땐 담임을 한다는 게 얼마나 두렵고 또 설레는 일이었는지, 아이들과의 첫 대면식에서 “선생님은 담임이 처음이야, 너희는 선생님의 첫 번째 제자로 기억될 거야”라고 고백했다. 정말 착했던 아이들은 초짜 담임을 싫어하지 않고 “우와~ 정말요? 우리가 평생 기억에 남겠네요”라며 반가워해 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착한 반응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맺은 인연이 2년간 지속되고 아이들의 꿈도, 대학 진학도 함께 키워가며 아쉬운 졸업을 맞이했다. 그리고 간간이 연락하며 또 만나면서 매년 예뻐지는 아이들의 얼굴도 바라보고, 대학 생활 이야기도 듣고, 남자친구를 사귀고 헤어지는 이야기며, 전공에 대한 고민과 진로에 대한 두려움, 이제 곧 사회인으로서 첫발을 뗄 준비까지 그야말로 청춘표류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나의 그 시절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도 한다.
어리고 순수하기만 했던 아이들이 어느새 대학생이 되고 여인이 되고 사회인이 되고…. 이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신비하고 감사한지 모른다. 아이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경험담도 이야기해주며 작은 멘토가 된 것 같아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한 편으로는 내가 자랄 땐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인간의 성장에 대해 배우는 것 같다.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땐 나의 과거를 반추하며 아이들과 함께 그 시절 나를 만나 또 다른 꿈을 꾸는 느낌이랄까.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제자에게 양육에 대한 지침을 전수받았다. 또 한 제자는 예비교사로서 교단에 서는 꿈을 꾸고 있다. 어쩌면 함께 근무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정말 즐겁게 학교생활 해보자. 이런 다짐도 나누었다. 우리들의 즐거운 시간을 뒤로한 채 헤어지는데 결혼을 일찍 하고 싶다던 제자가 “샘, 내년엔 청첩장 들고 올게요”란 장난섞인 인사를 했다. 얼마 후면 웨딩드레스를 입은 제자의 모습도 보고 또 제자가 낳은 예쁜 아기도 볼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괜스레 설?다. 정말 청첩장이 기다려졌다. 나의 스승들도 제자들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시면서 같은 마음이셨을까?
젊은 시절에 만난 나의 소중한 제자이자 후배이자 친구들. 어느새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들을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함께 자라고 있다. 지금은 더 어린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지만 이런 평생 제자를, 멘티를 만들고 있는지 반성해본다. 나이를 초월해 좋은 스승과 제자이자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는 멘토와 멘티, 오랜만에 만나도 반갑게 인사하고 함께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그런 좋은 친구를 지금 우리 교실에서 만나고 싶다. 내일은 새로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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