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구]토익에 발목 잡힌 불쌍한 대학생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강철구]토익에 발목 잡힌 불쌍한 대학생들

[시사 에세이]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 승인 2013-08-26 14:58
  • 신문게재 2013-08-27 20면
  •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우리나라 대학생들 대부분은 토익 책 한권쯤은 갖고 있다. 영어를 전공하는 학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토익점수가 없으면 취업 뿐만 아니라 졸업이 불가능한 대학 혹은 학과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익학원을 다니고 열심히 공부해도 영어는 여전히 '점수를 조금 더 올리기 위한 공부'일 뿐 영어권 사람 만나서 대화를 하기 위한 목적이거나 혹은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공부는 아닌 것 같다. 게다가 그렇게 공부하고 난 후 시험을 보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은 또 어떤가? 학원비에 책값, 시험비까지 모든 비용은 본인이 아르바이트를 하든지 아니면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비싼 수업료 내고 공부하러 간 학원에서는 영어실력을 향상시켜 준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그저 시험을 잘 보는 테크닉을 가르쳐 준다. 이는 정상적인 구조라고 할 수 없다. 대학생들의 영어공부는 종합적으로 엉망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토익 900점을 받았다고 치자. 그러면 자기가 원하는 기업에 입사해서 영어를 활용할 수 있거나 혹은 국제사회에 진출할 수 있을까? 이 또한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영어실력은 국제화에 활용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아니라 국내에서 경쟁하는 동료들과의 승부를 결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기업이나 국제무역을 취급하는 종합상사 등에는 해외영업도 있고 외국바이어들을 접대하기 위해 토익점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중소, 중견기업에서까지 써먹지도 못할 영어성적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대기업 따라하기다.

그렇다면 중소, 중견기업은 왜 대기업을 따라 하는가? 필자가 듣기로는 영어점수가 높은 학생이 성실하고 능력있는 인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물론 영어성적이 우수하다는 것은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성실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성실성을 증명하는 것이 어디 이 뿐인가?

예를 들어 대학생들의 경우에는 대학 성적으로도 성실성을 증명할 수 있다. 1학년 때의 성적은 중하위권이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성적이 향상되었거나, 혹은 일정하게 상위권을 유지하는 경우 성실성을 증명할 수 있다. 반대로 영어성적은 훌륭하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성적이 하향되는 경우라면 불성실한 학창생활을 보냈거나 아니면 자신의 전공을 등한시 하는 무책임한 대학생활을 한 것이라고 짐작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대학은 영어공부를 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전공실력을 늘리고 공동체 생활을 통한 인성과 다양한 지식을 쌓기 위한 학문의 상아탑이기 때문이다.

성실성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은 기업에서 인재를 뽑을 때 짧은 면접이긴 하지만 이때에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스팩이나 영어점수 보다 면접과 사회성을 중요시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영어를 꼭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니면 젊은 대학생들을 영어로부터 해방시켜 주었으면 좋겠다. 가령 토익공부를 위해 하루 두 시간 이상 공부하고 한달에 10만원의 학원비를 지불할 경우 이 학생은 그 시간에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비용을 상실하는 것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독서나 자기계발(여기에 영어가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에 투자하고 전공분야의 지식을 습득한다면 기회비용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토익시험을 본 적은 없다. 문법은 틀리지만 해외에 나가서 영어로 소통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시험을 위한 공부(study)를 한 것이 아니라 영어가 필요하다는 동기에 의해 공부(learn)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들과 필자를 단순히 비교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생각은 없지만, 영어를 필요한로 하는 곳에서만, 그리고 목적이 분명한 학생들만 영어공부(study)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영어공부의 목적을 소통의 방법으로 배우면 안 될까? 이 뜨거운 여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책이 대부분 토익책인 것을 보면서 가슴 한편에 몽우리가 있는 듯 답답해진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4. aT, '가루쌀 가공식품' 할인대전 진행
  5.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1.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2.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3.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4. 사회복지법인 신영복지재단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저소득어르신에게 쌀 배분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