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농·축·수산물 가격이 지난해 이맘 때보다 품목에 따라 10~30%까지 오른데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추가 상승 조짐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차례상 비용은 작년보다 크게 늘 것으로 예상돼 서민 고통은 가중될 전망이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올 여름은 49일간의 긴 장마와 폭염이 오락가락하면서 농·축·수산물의 작황이나 생육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대부분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배추는 고랭지 1포기의 평균 소매가격이 지난 22일 거래일 현재 4587원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 때에는 2960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30% 이상 급등한 것이다.
적상추도 1㎏당 1만3226원에 판매돼 1년 전보다 3000원 이상 올랐다. 얼갈이배추도 1㎏에 2613원으로 지난해 1929원보다 상승했다.
열무와 당근, 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량 오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그나마 작황이 좋았던 건고추와 대파, 올 초 가격 급등으로 강력한 수급조절이 취해진 양파 등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축산물과 수산물 사정도 비슷하다.
고등어는 중품 1마리가 지난해 2814원에 거래됐지만 올해는 3442원에 달하고 있고, 갈치도 5978원이던 것이 7475원에 판매되고 있다. 오징어도 중품 1마리당 2432원에서 2627원의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과일의 경우 올 여름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한 복숭아와 포도는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또 예년보다 이른 추석 탓에 공급 물량이 달려 가격 급등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감귤 역시 제주도 지역의 오랜 가뭄으로 사상 최악의 작황을 보이면서 가격 급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축산물도 한우등심, 삼겹살, 계란 등의 가격대가 지난해보다 10% 가량 올라 거래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긴 장마와 폭염 탓에 산지 상품수급 자체에 차질을 빚는데다 예년보다 추석이 2주 정도 빨라 과일이나 채소류는 공급 물량이 달려 지금의 높은 가격대가 추석물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가격 급등 탓에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 상당수가 품목을 줄여 간소화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형식적으로 차례상에 올리는 제수품목을 과감히 빼고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 실속소비를 하는 것이다.
주부 박모(49)씨는 “해마다 명절만 되면 부담이 이만저만 아닌데 올해 역시 사정은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며 “차례상 준비 품목이 지난해보다도 올해가 더 줄어들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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