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 여학생 성희롱 파문] 70년대식 규율이 '성희롱 단초'?

화장·휴대폰 금지 등 전근대적 대학문화 강요해 와 … 학과 “과장된 면도”

<속보>=공주대 여자 신입생 성희롱 파문과 관련 이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전근대적인 학과 규율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본보 23일자 6면 보도>

25일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 따르면 대학교 입학이후 70~80년대에서나 있을 법한 전근대적인 규율을 지킬 것을 같은 과 선배들로부터 강요받았다.

규율에는 '학교 후문 이용 금지', '학교 교내에서는 무조건 항상 뛰어 다니기', '교내뿐만 아니라 공주시내 길거리에서 휴대폰 사용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또 '학교 후문 식당, PC방, 가게 등 이용 금지', '화장 금지', '머리카락 검정색 염색' 등도 학과 전통이라며 이를 지킬 것을 요구받았다.

규율 준수에는 학년별 차등도 있었다. 갓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은 모든 규율을 이행해야 한다.

2학년은 학교 후문 이용이 가능하며 3학년은 교내에서 뛰어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피해 학생과 학부모는 주장했다. 해당 학과는 '고참'인 3~4학년이 '졸병'격인 1~2학년생의 전통규율 감시자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항명하거나 이행하지 않은 학생은 선배들로부터 심한 욕설과 함께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본보에 이같은 사실을 제보한 학생은 “부모에게 학과 규율을 알렸다는 이유로 1학년부터 4학년까지 학과 전체 학생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학생은 '왕따'뿐만 아니라 학과 남학생 2명으로부터 성희롱을 받아 정신과 치료 중이다.

지역대 모 교수는 “80~90년대에는 신입생 대면식 이전부터 선배들이 군기를 잡기 위해서 얼차려, 구타 등이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돼 각 대학 학과에서 자체적으로 지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교수는 “선배들의 얼차려와 위계문화 등을 자ㆍ타율적으로 습득하다 보면 이를 당연한 듯 받아들이게 된다”며 “상급자가 되면 보복심리가 생겨 후배들에게 본인이 당할 만큼 강요하는 현상이 일어나, 결국 악순환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해당 학과는 이같은 규율에 존재에 대해 일부 인정했지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항변했다.

학과 관계자는 “(학과 규율이) 잘해보자는 취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해당 학생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학과에서 학생생활에 대해 교육을 하고 주의도 주지만 학생들이 이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본보는 해당 학과장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강제일·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