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 기자의 눈]인터넷 쇼핑몰 '먹튀 주의보'

고가상품 대신 저렴한 사은품만 배송 '결제대금' 가로채

최근 소비자상담센터에 먹튀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월마켓 사이트 캡처화면.

#지난달 25일 K씨(28·여·충북 청원)는 인터넷 쇼핑몰 '월마켓'에서 신발 2건을 구매하고 신용카드 3개월 할부로 15만원을 결제했다. 수입제품이기 때문에 배송은 2주일 정도 걸린다는 안내를 받았다. 4일 후 사이트상에서 주문한 상품이 발송되었다고 조회가 되더니 며칠 후 전화가 왔다. 배송이 더 늦어질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사은품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은품으로 선크림이 배송되었다. 주문한 신발은 곧 오겠거니 하고 기다렸지만 며칠 후 주문 상품의 배송이 완료되었다고 조회가 되었다. 물론 배송하였다는 택배송장 번호는 선크림을 받은 택배사의 송장번호였다. 이후 사이트에 명시된 전화로 문의를 하려 했으나 아예 가입자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메시지가 나왔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로 도움을 요청한 K씨 외에도 인터넷 상에는 '월마켓'에서 같은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비난 글이 넘치고 있다. 1372소비자상담센터,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사업자가 통신판매업 신고를 한 안양시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등에 신고가 다량 접수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21일 현재까지도 해당 사이트에서 버젓이 주문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4년 인터넷 서비스가 국내에 상용화 되면서 시작된 인터넷 쇼핑몰은 편리함 때문에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결제대금 예치제' 의무화 등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들이 마련됐다. 그러나 결제대금 예치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께 많은 피해자를 냈던 '옥션'의 가전제품 판매업자. 3D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HDTV를 250 여만 원에 판매하였다. 시중보다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자가 줄을 이었다. 사은품으로 3D 영화 시청용 안경을 증정한다고 했고 TV의 배송기간이 10~15일 정도 예상된다는 안내문구가 명시되었다. 배송기간이 좀 긴 것이 살짝 마음에 걸렸지만 가격 등 조건이 좋아 구매하고 대금을 송금했다. 2~3일 후 TV가 아닌 사은품 '3D 시청용 안경'만 먼저 택배로 배송되었다. 택배를 받고 아무 생각 없이 운송장에 택배 받았다는 사인을 해주었다. 이후 아무리 기다려도 TV는 오지 않고 사이트상에서 확인하니 '구매결정'이 되어있었다. 사은품을 받고 사인한 택배송장을 근거로 판매자가 '예치된' 결제대금을 옥션 측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정작 사이트 운영자인 '옥션'측에서는 고객이 택배송장에 사인을 했고, 판매자가 그것을 근거로 대금을 청구해 지불한 것이기에 사이트 운영자는 책임질 일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하다가 워낙 피해자가 많다 보니 판매자를 찾아보겠다고 입장을 바꾸었다.

이같은 인터넷 피해는 사이버범죄수사대에 피해 신고를 하더라도, 한 번은 증빙자료(주문, 입금내역 등)를 지참하고 가까운 경찰서에 출석을 해야 한다. 이렇게까지 해서 사기판매자를 잡으면 소비자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

모든 정황이 사실로 판명되어도 현금으로 결제를 한 경우 '돌려줄 돈이 없다'고 버티면 결국 소비자가 민사소송을 할 수 밖에 없다. 피해액수가 크지 않으면 소비자가 포기를 하고 마는 이유이다.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법이 마련되고 보강되는 속도에 비해 범죄수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만큼 소비자도 주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피해가 발생하면 즉시 사이버테러대응센터(www.ctrc.go.kr)로 신고하거나, 1372소비자상담센터로 도움을 요청한다.

조강숙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