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종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대덕연구개발특구본부장 |
최근에는 미래창조과학부의 탄생과 더불어 대덕의 출연(연)이 창조경제의 선봉에 서야 한다는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다. 그 전략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뽑으라고 한다면 출연(연)의 미션 재정립일 것이다. 그런데 출연(연)은 왜 5년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비슷한 기획안을 준비해서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요구를 당하고만 있는 것일까? 정말 연구원들의 마인드가 변하지 않고 정체돼 큰 몸집에 짓눌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일까?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변화의 필요성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나름 판단해 본다.
30~40년 전에는 국가의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정부로부터 미션을 받았다. 우리의 선배들은 '유치과학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명예롭게 귀국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며, 그 보답으로 해외에서 배운 과학기술을 고스란히 국내에 이식시키는데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에는 선진 기술을 따라가기 바쁜 시기였으며, 국내 산업의 현실이 국가의 전폭적인 도움이 없이는 발전하기 어려웠던 시기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국가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성취감에 젖어 갈 때 쯤에는 대기업 부설 연구소와 경쟁을 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기업의 철저한 사업화 마인드에 서서히 밀려 뒤쳐져 가면서도 내외부 평가에만 적절히 대처하면서 자기만족에 빠져 환경변화의 속도에는 둔감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상에서 어떻게 쓰일 것인지는 관심 없고 오로지 본인이 기획하고 수행한 연구가 예상 밖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것으로 특허나 논문 내고, 평가 잘 받았다는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사람을 한두명 본 것이 아니다.
연구의 성공과 실패는 궁극적으로 세상에 필요한 기술로 쓰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지 연구자의 자기만족이나 어떻게 해도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평가방법에 의해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연구를 기획할 때부터 사업화를 염두에 두거나, 더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혁신적인 기술인지를 명확히 판단해 보았으면 한다.
특히 혁신적인 기술(Innovative Technology)은 과제기획단계에서부터 사업화방안이나 비즈니스 모델 확립을 전제로 함으로써 성공 확률을 높여야 한다. 그 판단에는 오롯이 시장전문가의 의견이 우선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Creative Technology)은 구체적인 기획 보다는 남보다 빠르게 시도(도전)해 보는 실험적 성격이 강해야 한다. 그 판단은 당연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사람의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판단 할 수밖에 없다. 실패가 용인되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듯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점점 구체화 되어가는 연구개발과제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술사업화의 왕도는 따로 없다는 것이다. 진정 기술사업화 성공 확률을 높이고자 한다면, 첫째 출연(연)의 연구과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사업화계획을 포함시켜서 사업화 확률을 높여야 하며, 필수적으로 연구원의 사업화 마인드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둘째, 수많은 도전과 재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성공스토리가 많아지는 것이다. 이 경우 수많은 실패가 수반되지만 사업화성공률을 떨어뜨린다고 보면 안된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도전을 회피한 패배이기 때문에 도전해보지도 않는 사람은 실패라는 영예로운 훈장을 달 자격이 아예 없는 것이다. 오늘도 기술과 아이디어가 많은 곳, 도전하고 또 도전해 가는 성공스토리가 많은 대덕특구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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