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교수들은 곧 있을 수시입시에서 한명의 학생이라도 우수한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고등학교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고등학교를 방문해 수험생들을 직접 만나 전공의 비전을 설명하기도 하고, 교사들에게 전공의 특장을 설명한다. 직원들은 직원들 대로 보다 낳은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무더위를 무릅쓰고 학교에 나와 일하고 있다.
그런데 수시입시가 제대로 시작도 되기전부터 학부모들로부터 나오는 볼멘소리는 대학경영자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3000개에 달하는 대입세부전형 얘기다. 지난 5월 대교협에서 전국 215개 대학의 2014년도 입시전형을 발표한 바에 따르면 모두 2883가지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중 수시에 해당하는 것이 1846가지이고 정시에 1037가지가 해당된다. 각 대학별로는 최고 28가지에서 한 두가지에 이르기까지 대학당 평균 13.4개씩의 세부전형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입전형 간소화를 수차 강조했음에도 대입세부전형은 여전히 복잡하다. 그래서 대학입시가 수험생의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부전형의 내용을 잘 알아야 대학입시에 성공할 수 있는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입시학원들도 1학기 기말고사 이후에는 학생들에게 교과목을 가르치기 보다는 입시컨설팅 쪽으로 방향을 돌려 고가(高價)의 설명회를 개최하는 데 더욱 열을 쏟고 있다.
그래도 올해는 대통령의 강조도 있고 해서 작년 입시 때 3184가지였던 데서 300여가지 줄어든 것이라는 대교협측의 설명이 궁색하기만 하다. 왜냐하면 올해는 언어, 수리, 외국어 분야에서 A, B형 문제 선택제가 실시되어 더욱 복잡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일부 입시담당자들은 모집단위, 선발시기, A·B 선택 등을 반영하면 이번에는 모두 8000~1만 가지가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에서 있었던 대학박람회와 대전에서 있었던 대학박람회 등을 나가보면 많은 학부모들이 대입전형의 복잡성을 지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성적이라도 어떻게 대학의 세부전형 요강을 잘 맞추어 지원하느냐에 따라 대학의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각 대학의 세부전형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그러나 워낙 복잡하다보니 학부모들로서는 다 파악할 수도 없고 담임교사나 진학지도 교사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담임교사나 진학지도 교사의 입장에서도 그 많은 학생들의 맞춤식 진학지도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입학사정관제로 지원하려는 학생이라도 몇 있으면 거기에 전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서류가 복잡한 것은 물론 그 세부적인 작성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통 학생들은 학원의 컨설팅이나 유명 컨설턴트의 특강을 기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지고보면 대입 전형이 이렇게 복잡하게 된 것은 수험생들의 선택권을 존중한다는 데서 출발한 것인데 오히려 그것이 수험생들의 선택을 어지럽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니 아이러니컬 하기도 하다. 많이 지적되고 있는 수험생들의 전형료 부담도 결국 여러곳을 지원하다보니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편에 서 있는 대학은 어떠한가. 원하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전보다 많아진 전형료 수입으로 큰 혜택을 보고 있는가? 전혀 아니다. 대학의 입장에서도 입시 치르는 일이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어 인력은 인력대로, 비용은 비용대로 퍼부으면서도 원하는 학생들은 뽑지 못하는 비효율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오늘의 대입전형제도는 모두가 손해를 보는 '네거티브 섬'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새정부의 교육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 밝힌 간소화, 예측가능, 학교교육 정상화라는 대입전형 3원칙의 강력한 실천에 더 큰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이다. 교육은 모두가 윈윈하는 '포지티브 섬'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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