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진구 서면특화거리 전경. 차로를 줄여 일방통행으로 변경했고 인도를 확장해 걷기 좋은 거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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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도시철도 2호선이 지나는 역세권이고 부전역에서 가까우며, 왕복 8차선의 중앙대로가 있어 대전의 대흥동이나 둔산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해운대나 광안리처럼 새로운 신시가지가 만들어지면서 전통적인 상권으로 여겨지던 서면도 원도심으로 치부되며 침체되기 시작했다. 서면 일대에 공동주택을 짓는 재개발이 추진될 정도로 미래 대한 전망도 어두웠다. 그러던 부산 진구 서면이 다시금 중심상권으로 부활하고 있다. 내리막을 보이던 상권을 다시 끌어올린 데는 지자체와 상인들이 함께 추진한 ‘서면 특화거리사업’이 있었다. <편집자 주>
부산시 진구 서면의 특화거리 사업이 대도시의 쇠퇴했던 상권을 되살리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4년여 간 진행된 특화거리사업을 통해 서면은 부산을 대표하는 중심상권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게 됐고, 부산을 방문했을 때 한번쯤 찾게 되는 관광코스가 됐다.
불법주차가 만연하고 쓰레기가 넘쳐나던 곳이 특화거리사업을 통해 걷기 좋은 깨끗한 거리가 되면서 나타난 효과다.
▲4년간 70억원 투입해 리모델링
부산시 진구 서면은 지난 4년간 거리의 골격을 바꾸는 리모델링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원도심으로 여겨지며 침체하는 상권을 되살려보자며 2008년 마련한 ‘서면특화거리 조성 기본계획’이 2009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디자인 조성사업 시범사업’에 선정된 게 결정적인 계기였다.
백화점과 각종 상가가 밀집한 서면의 중심거리 2110m를 ‘젊음의 거리’, ‘음식의 거리’, ‘학원거리’로 구분 짓고 특색에 맞는 골목길 개발에 들어갔다.
진구는 서면을 보행자 중심의 거리로 만들고자 차로 축소와 보도 확장 등 도로정비공사를 시행했고 통신주 및 전봇대를 철거하고 지상기기를 지중화하는 사업을 벌였다.
사랑ㆍ우정ㆍ약속을 의미하는 대형 조형물을 전국 공모를 통해 골목 곳곳에 설치했다.
▲ 서면특화거리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아주는 상징문주. 양면 영상패널(LED)을 부착해 영상볼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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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진구 관계자는 “지난 4년간의 특화거리 사업을 통해 서면이 관광객과 젊은이들이 편안하게 쇼핑하며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부산에 오면 서면을 꼭 가봐야 한다고 얘기할 정도로 상권이 다시금 활성화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행자 중심의 거리조성
서면 특화거리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편안한 보행환경이다.
각종 식당과 유흥점이 모여 있는 중심상가는 인도 위에 차량이 불법주차되어 있거나 왕복 이차선의 도로 중 한 차선은 막혀 차량이 교행하지 못하는 모습이기 마련이다.
서면 역시 이러한 모습이었으나 특화거리 사업을 통해 보행자 중심의 상권으로 탈바꿈했다.
특화거리 사업이 진행된 서면 일대의 차선은 모두 한 방향의 일방통행 차선이다.
주차장처럼 이용되던 이면도로의 이차선을 일차선으로 줄이고 일방통행으로 전환시켰다.
그 결과 차량은 한 방향으로 원활하게 통행할 수 있게 됐고, 줄어든 차도만큼 인도 폭은 확대됐다.
또 도로 위에 장애물도 모두 치워져 젓봇대나 변압기 등은 서면특화거리에서 찾아볼 수 없다. 차도와 인도를 구분 짓는 턱의 높이도 4~5㎝에 불과하고 도로를 아스팔트가 아닌 블록으로 포장해 차량의 속도는 내려가고 보행자들은 마음 편히 길을 걷거나 차도를 건널 수 있다.
서면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최영모(56)씨는 “서면 역시 특화거리사업을 하기 전에는 차와 사람이 뒤섞여 복잡하고 사고도 빈번한 거리였다”며 “차도 폭을 줄이고 일방통행으로 변경해 상인들이 물건을 싣고 내리는 일은 불편하지만, 그전보다 비교해 훨씬 많은 사람이 찾아와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특화거리에 조성된 각종 조형물. 젊음과 약속 등 골목에 이야기를 만들어준다. |
서면 일대에 재개발이 추진될 정도로 상권이 악화됐던 곳을 활성화시키고자하는 상인들의 노력은 간절했다. 특히, 특화거리사업을 통해 개선된 거리를 관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화거리사업 준공을 몇 개월 앞둔 지난해 9월에는 서면 일대에 거리청소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상가들이 워낙 많다보니 밤마다 거리는 전단으로 도배가 됐고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까지 뒤섞여 하루에도 2~3t의 쓰레기가 발생했다.
이에 상인들과 부산 진구는 하루 동안 쓰레기를 치우지 않기로 하고 청소요원을 철수시켰다.
거리가 얼마나 지저분한지 상인들과 시민들이 직접 느껴보자는 의도였고, 결과는 대성공.
“이 정도로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줄 몰랐다”며 상인과 시민들 모두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하자는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이후 서면상가번영회는 자체적으로 청소인력을 고용해 지자체의 청소요원과 함께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또 바닥에 버려진 껌을 제거하는 데 엄청난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된다며 껌 제조사에 개선책을 촉구하며, 제조사가 바닥에 붙은 껌을 제거할 수 있는 화학적 방법을 연구해 보급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외식 나온 최종우(48ㆍ연제구) 씨는 “지리적으로 서면이 부산의 가운데 위치했고, 젊은 층을 위한 상가가 많아 서면은 부산시민은 학생 때부터 자주 찾는 곳”이라며 “걷기도 편하고 거리고 깨끗해져 상권은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진화
부산시와 진구는 특화거리에 이어 서면 일대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고시해 2014년 3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왕복 4차선인 차로를 2차로로 줄여 보행공간 및 휴식공간을 조성하고 출퇴근시간대에는 시내버스 및 대중교통만 통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승용차를 포함한 일반 차량의 진입이 금지되고 버스, 노면전차 등 대중교통수단만 통과하도록 허용돼 도심상권을 활성화하는 목적으로 조성된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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