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대전시장은 지난주 갑천에서 운영 중인 바비큐장을 둘러보고 100m 간격으로 확대·설치할 것을 지시했다. 이 바비큐장은 염 시장이 호주 브리즈번시를 둘러보고 본떠 만든 것이다. 그러나 갑천에 100m 간격으로 바비큐장을 만들 경우 환경을 고려한 행정인지부터 생각해볼 일이다.
집진기가 설치됐다고 해도 냄새는 불가피하다. 유리문을 설치했다고 해도 요즘처럼 무더운 날, 불을 피운 바비큐장에서 유리문을 닫고 고기를 구워먹을 사람이 있겠는가. 바비큐장에 냉방시설까지 갖춘다면 모르지만 말이다.
사실 갑천이나 유등천, 대전천 심지어 유성천에 이르기까지 대전의 주요 하천은 매일 밤 걷기 열풍에 빠진 사람들로 가득하다. 대전의 주요 하천변이 이미 명소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을 대전시가 빨리 좀 눈치 챘으면 좋겠다. 하천변 걷기 열풍이 어떤지 먼저 확인 한번 한 후에 고기냄새 풍기는 바비큐장을 만들어도 늦지 않다는 이야기다.
염 시장의 지시대로 갑천에 100m 간격으로 바비큐장을 설치할 경우 혹시라도 대전천, 유등천, 유성천 등 각 하천변 주민들이 확대 설치해달라고 한다면 대전의 하천변에 100m마다 바비큐장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염 시장은 외국의 사례를 곧잘 벤치마킹한다. 지난달에도 독일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대덕마인드와 대전필(Feel)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염 시장이 밝힌 행정의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외국에서 언뜻 보고 온 그것이 얼마나 우리의 환경과 여건에 맞아떨어지느냐 하는 것이다. 어떤 행정을 시행하려면 오래 생각해보고, 여러 의견도 수렴하는 가운데 점차 적절한 행정 아이템이나 콘셉트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염 시장의 벤치마킹은 성급한 감이 없지 않다. 이번 갑천의 바비큐장 확대 설치도 그런 류의 성급한 행정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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