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운]클래식 음악회, 감상의 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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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운]클래식 음악회, 감상의 매너

[문화 초대석]한동운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13-08-18 13:30
  • 신문게재 2013-08-19 20면
  • 한동운 음악칼럼니스트한동운 음악칼럼니스트
▲ 한동운 음악칼럼니스트
▲ 한동운 음악칼럼니스트
음악회, 특히 클래식 음악회는 감상 에티켓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 에티켓은 클래식 음악회와 대중 콘서트 간의 다른 관람 태도를 보여준다. 흔히 '클래식 음악회의 감상 태도는 정적이고 대중음악 콘서트는 동적이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감상 태도는 연주회에 대한 미적인 측면보다는 구조적 측면에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클래식 음악회는 마이크·앰프·스피커와 같은 음향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원칙이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회는 연주 홀 자체의 울림에 매우 민감하고, 최상의 울림을 가진 연주 홀을 선호한다. 또한, 연주자의 정교한 연주 못지않게 연주 홀의 음향 역시 감상자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감상 에티켓을 강요하는 인상을 준다.

반면에 대중음악 콘서트는 공연장의 울림보다는 음향 시스템, 즉 마이크와 앰프, 스피커의 상태에 더욱 민감하다. 그렇다 보니 연주 홀의 음향 상태보다는 어떤 회사의 음향 기기가 성능이 좋은지를 따져 묻는다. 연주 홀 자체의 음향을 중시하는 클래식 음악회는 악기의 울림만으로 홀 전체를 채우는 반면에는 음향기기를 사용하는 대중음악 콘서트는 음량을 홀에 맞춘 상태에서 연주한다.

홀의 자연스러운 음향을 중시하는 클래식 음악회는 홀에서 울리는 어떤 소리든 그대로 드러낸다. 혹여 그 소리가 아주 작은 소리일지라도 말이다. 이러한 음 외의 소리(noise)는 음악에 몰입된 상태를 깨는 요소, 즉 청자의 음악 감상뿐만 아니라 연주자의 연주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원인을 먼저 생각해 보면, 굳이 클래식 음악회의 관람 에티켓이 '귀족의 예법'에서 나왔다거나 '그래서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은 교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논하기 전에, 클래식 음악회에서 왜 감상 에티켓을 강조하는지 다소 이해가 된다.

그러니까 클래식 음악회에서 음악작품을 감상하는 최상의 조건은 어떤 방해 요소, 특히 소음에 방해받지 않는 상태다. 기존에는 음악회를 방해하는 요소 중 첫번째가 악장 사이에 박수 치는 문제였다. 적절한 시점에서 박수를 치는 것은 감상 에티켓이면서 문화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처럼 되었다. 그리고 공연 중 울리는 휴대폰의 벨 소리는 공연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인이었다. 최근 휴대폰에서 진일보한 스마트 폰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공연 중 넓은 화면에서 발산되는 빛은 청중의 시선을 빼앗는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스마트 폰이 객석 바닥에 떨어져 올리는 소리다. 최근에 음악회에서 가장 흔히 듣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휴대폰보다 크고 무거운 스마트 폰을 손에 쉬고 있다가 졸거나 실수로 떨어뜨려서 나는 크고 둔탁한 소리는 심장을 깜짝 놀라게 한다. 음악회를 방해하는 새로운 복병의 출현이다.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다면, 어쩌면 연주 전 안내 방송에 이런 사항도 안내해야 할 때가 오지 않을까, “심장이 약하신 분과 임산부는 스마트 폰 떨어진 소리에 놀랄 수가 있으니 스마트 폰은 가방에 넣으시거나 연주 시에는 꼭 잡고 있으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말이다.

클래식 음악회! 숨소리조차 피해가 가면 참아야 할 것 같고, 저녁 시간의 허기진 배고픔을 참아야 하고, 때로는 황금 같은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양보해야 한다. 마치 클래식 음악회는 고행하러 가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름다운 음악에 몰입될 때 이 모든 수고로움은 무장 해제되고, 일상의 희로애락은 그날의 음악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그 황홀한 경험은 그 어떤 유희보다 즐겁고 또 다른 연주회를 기약하게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언제부턴가 음악회에서 그 경험을 느끼긴 쉽지 않다. 혹시 강요된 예의범절(Etiquette)보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Manner)이 자연스럽게 생길 때라면 어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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