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세극 애국지사의 조카 손자 남상우씨가 15일 남 지사의 묘비를 어루만지면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
광복절을 맞은 15일 아침, 국립 대전현충원에 유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각 유족은 애국지사 묘역 내 묘비의 주인을 회고했다.
이들 가운데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애국지사 제2묘역을 이리저리 헤매는 한 남성이 눈에 띄었다. 남성은 몇 번을 확인하고 나서야 한 묘비 앞에 섰다.
묘비의 주인은 남세극 애국지사. 묘비 앞에 선 남성은 남 지사의 조카 손자인 남상우(69) 씨다.
남세극 애국지사는 만주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다. 남 지사는 대한국민회 재무담당 일을 맡아 군자금을 모집했다. 독립운동 중에 남 지사는 일본경찰에 체포돼 모진 고문도 당했다.
이에 남 지사는 고대하던 광복을 단 2년 앞둔 채 지난 1943년 만주에서 숨을 거뒀다. 만주에서 숨진 남 지사가 고국의 영토에 묻힌 것은 지난 2000년 11월 2일.
현충원 내 남 지사 안장에는 조카 손자인 남상우 씨의 갖은 노력이 있었다.
남씨는 “넷째 조부께서 고국이 아닌 타향에 묻혀 있는 것을 후손으로서 가만둘 수 없었다”면서 “조부님 가족들을 찾고자 백방 노력하고 있지만, 한 분은 우크라이나에서 병사하셨고, 다른 분은 북녘에 있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 아직도 행방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남씨는 또 “공산권 국가에는 아직도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채 이역만리의 토양에 묻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각, 애국지사 1 묘역에서도 한 노인이 누군가의 묘비를 찾고 있었다.
애국지사 이인 선생의 아들 이정(78) 교수다.
이인 지사는 변호사였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 판ㆍ검사가 주축 된 법정에서 이 지사는 독립운동가들을 상대로 무료로 변호했다. 또 우리말을 지키고자 했던 조선어학회 사건에 연루돼 옥고도 치렀다.
이 교수는 “일제는 독립운동가를 무자비하게 다루는데도 선친은 일본 검사 등에게 할 말은 다 하는 분이셨다”며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신 뒤 다리를 절었다”고 선친을 회고했다.
이 교수는 다른 묘역에 봉안된 정인승 지사의 묘에도 참배했다. 이 교수는 “선친과 같이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로, 선친의 지우도 뵙고 가는 것이 도리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애국지사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후손인 우리는 항상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젊은 세대가 광복절의 의미를 잊고 망각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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