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아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이 기록은 일제강점기인 1931년 12월 4일(음력)부터 1963년 까지 어느 집안에서 있었던 기쁜 일, 슬픈 일에 이웃들이 정성을 모아주었던 약 30년의 기록 중 일부이다.
위 내용들은 세로줄로 읽어야 한다.
<사진 1>을 현대식으로 바꾸어 읽으면 임씨 안기댁이 저고리를 만드는 옷감, 이씨 용담댁에서는 고등어 한 손(두 마리), 이씨 상리댁에서는 날계란 열 개, 이씨 한산댁에서는 식혜, 이씨 동곡댁에서는 북어 다섯 마리를 보내주었다. 이 기록은 집안의 여성이 1931년 겨울에 환갑을 맞이하여 축하의 선물을 보냈고 내용을 기록한 사람도 여성으로 보인다.
<사진 2>는 그로부터 8년 후(1943) 정월 16일(음력) 집안의 어른이 돌아가셨고 이웃들이 슬픔을 함께하려는 마음을 담아 보내준 기록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민족은 이웃에서 생긴 좋은 일 보다는 슬픈 일에 더 많은 도움을 주는데 인색하지 않다. 아마도 오랫동안 향약에서 실천해 온 생활문화가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전통문화가 사라져 가는 지금 우리에게 전하는 이러한 기록들은 “우리가 남이가?” 라는 말의 본보기가 아닐까한다.
글·사진=임헌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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