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박 대통령의 '세금 파문'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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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박 대통령의 '세금 파문'에 대한 고민

[중도시평]김대중 정치부국장

  • 승인 2013-08-13 14:03
  • 신문게재 2013-08-14 20면
  • 김대중 정치부국장김대중 정치부국장
▲ 김대중 정치부국장
▲ 김대중 정치부국장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는 어느 때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눈과 귀를 쏠리게 했다. 최측근인 김기춘 비서실장과 인사ㆍ사정라인의 수석비서관이 대거 교체된 후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회의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장외 투쟁에 나선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회동을 둘러싼 기싸움, 지체된 공공 기관장 인사,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남북회담, 정부 세제 개편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주된 관심사였다. 증세 논란에 휩싸인 세제 개편안의 경우 전날 취임 100일을 맞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세제 개편 반대 서명에 나서겠다고 천명했고, 여론도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제 개편안에 대해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ㆍ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 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올 1월 대통령 인수위 활동이 시작된 후 공약과 복지재원 조달을 위해 7개월여 검토해온 세제 개편안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민주당에서는 박 대통령이'구경꾼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왔고, 여당내에서도 대통령의 복지공약 이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세제 개편안에 대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 등을 잠재우는 절묘한 '타이밍 정치'라는 시각도 있지만 세금 문제가 그만큼 민감하고 폭발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세제 개편은 뜨거운 감자였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으나 '세금폭탄'이라는 원성을 들었고, “부동산 폭등을 막기위해 고소득층에게만 부과하는 세금”이라는 정부의 설명은 통하지 않았다. 이로인해 그 해 10월 재ㆍ보궐선거와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및 소득세율 일괄 인하 때도 거센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다. 대기업의 세부담을 줄여 투자를 유도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도입한 이 조치는 부자 감세 논란으로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비판을 받았고, 5년간 90조원의 세수만 줄어든 결과를 낳았다.

박 대통령은 한번 결정한 일을 쉽게 뒤집지 않는 스타일이다. 취임 이후 이렇게 결정을 바꾼 일은 없었다. 박 대통령이 세제 개편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배경에는 중산층의 강력한 반발과 박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민주당이 '세제 개편 저지 서명운동'을 시작하는 등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상황에서 이를 방치할 경우 정권 초기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형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없는 복지'라는 딜레마에 빠져있지만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복지공약을 대폭 축소하라는 주장도 있으나 불가능하다.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는 신뢰를 목숨처럼 생각하는 박 대통령의 약속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대선공약 중 도저히 실행 불가능한 것들을 추려낸 후 핵심공약만으로 국정과제를 재정리하고, 복지공약도 우선 순위를 다시 매겨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0% 수준의 부가세를 유럽 선진국과 같이 단계적으로 올리는 증세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소득세 최고 세율 과표 구간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추고, 대기업 법인세를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모두가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 박 대통령은 복지국가라는 본인의 약속과 신뢰의 정치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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