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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인]개인상담의 유익성

[수요광장]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복음신학대학원대 겸임교수

  • 승인 2013-08-13 14:03
  • 신문게재 2013-08-14 21면
  •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복음신학대학원대 겸임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복음신학대학원대 겸임
▲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복음신학대학원대 겸임
▲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복음신학대학원대 겸임
우리나라에서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건강진단을 실시한다. 건강진단의 목적은 육체적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그 위험 인자를 조기에 치료해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함에 있다. 그 결과 2000년 대비 평균수명은 여자가 79.6세에서 84.0세로, 남자는 72.2세에서 77.2세로 4~5년 정도 연장됐다. 질병의 예방과 조기발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증하는 통계다.

그런데 현대인의 건강이 육체적인 질환에만 국한되어 있을까? 평균수명이 증가한데 반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000년 13.6명에서 2010년 33.5명으로 급증했다. 가히 놀랄만한 증가율이다. 이는 OECD 회원국의 평균인 12.9명을 훨씬 능가하는 수치로서 불명예스럽게도 1등에 해당된다. 우울증 정도가 심각할수록 자살생각을 더 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사망원인으로도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4번째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육체건강은 향상됐지만, 정신건강은 놀랄만한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에서도 부랴부랴 일반건강검진에 우울증 진단을 포함시키고(생애전환기에만 해당),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정신보건법'을 '정신건강증진법'으로 전면 개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건강'과 '질환'의 관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질환이란 범주론적인 표현으로, 육체나 정신이 평시 기능상태에서 현저하게 약화된 상태를 일컫는다. 그래서 법률에 의해 질환명 등이 상당히 세밀하게 분류되고, 의사들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질병명을 진단한다. 이는 정신건강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입법예고된 정신건강증진법에서는 '정신질환자란 사고장애, 기분장애, 망상, 환각 등 정신질환으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법 3조 1). 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중대한 제약'이 있을 때, 우리는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건강'은 무엇일까? 법에서 말하는 '질환' 상태가 아니면 모두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비록 범주론적인 질병으로 진단할 수는 없지만, 질환으로 진행할 잠재적 위험이 상당히 높다면 이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육체적 비만은 질병은 아니지만, 중대한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국가에서 특별히 대책을 마련해 질병예방에 힘쓰고 있다. 개정되는 정신건강증진법에서도 이에 대해 '정신건강 관련 교육, 상담, 정신질환의 예방, 치료, 재활…' 등의 법조문을 통해 정신질환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평소에 정신건강을 잘 관리하면 질병상태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즉, 정신건강이 약화되면 정신질환으로의 진행 가능성은 누구에게든 열려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론가들이 제시하는 건강한 사람은 자신을 알고, 자신의 경계선을 분명히 하며, 그 경계선을 확장시켜 나가는 가운데, 자신의 이상적 자아를 완성시켜 가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현대인들의 정신은 얼마나 건강할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약해도 너무 약한 상태다. 따라서 아주 작은 스트레스, 혹은 위기상황에도 질환적 상태로 급격히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국가 전체의 자살률 증가뿐만 아니라, 청소년 자살률의 급격한 증가, 또는 상상을 초월하는 비인간적 범죄의 증가 등이 이를 반증한다. 한국은 신체질환과 달리 정신질환에 대해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심리정신적 약함을 부인하면서, 일상적인 스트레스, 생애전환기적인 상황을 스스로 의지만 발휘하면 잘 극복할 수 있다고 자기최면을 건다. 이는 고도비만인 사람이 내가 마음만 먹으면 아무런 질병도 안 걸릴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호미로 막을 일을 써레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으로 방치하는 것이다.

얼마 전 가수 이효리씨가 예능프로그램에서 '건강검진을 받듯이 정신건강도 검진받자'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본인이 상담을 통해서 마음의 평안과 자신감을 찾은 이야기를 곁들였다. 이효리씨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그것을 치부로 느끼지 않을 만큼 심리적 건강이 좋아졌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효리씨의 주장대로야 할 수 없을지라도, 일반인들도 일상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정신심리적인 불편함을 상당히 느끼거나 오래 지속되면 즉시 전문상담사를 찾기를 권한다. 의외로 간단하게 심리건강이 좋아질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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