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를 아시나요]두꺼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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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를 아시나요]두꺼비집

[정동찬]누전차단기의 원조

  • 승인 2013-08-13 14:03
  • 신문게재 2013-08-14 21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지리했던 장마가 끝나자마자 무더위가 기승이다. 정부에서는 예비전력량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공공기관이나 가정은 물론이고 산업체까지도 전기를 아껴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00년쯤에 처음 등장한 전기는 1960년대에 와서야 시골마을의 길가에 전봇대가 들어서고 전선을 늘이면서 각 가정집에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 전기를 가설할 때 신기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지금은 시멘트 전봇대가 대부분이지만 기름먹인 시커먼 나무전봇대가 쓰였다. 나무 전봇대를 세우고 전깃줄을 이어갈 때 바닥에 떨어져있는 짧은 구리선을 모아서 엿이나 아이스께끼 등으로 바꿔먹기도 하였다. 백열전구, 필라멘트, 소켓, 콘센트, 애자, 변압기, 스위치, 퓨즈, 두꺼비집 등 생소한 용어들을 하나둘씩 익혀가곤 했다. 학교에서는 전기사용에 대한 기초지식과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때 취해야 하는 조치방법 등도 가르치곤 하였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고압선이 지나가는 전봇대에서 마을로 가는 전선을 뽑아내는 곳에 큰 물통처럼 생긴 변압기가 있었다. 이 변압기를 거쳐서 각 가정에 들어오면 나무로 짠 배전반 위에 전기계량기와 두꺼비집이 달려 있었다. 두꺼비집은 왜 두꺼비집이라 했는지는 모르지만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두꺼비집에 달린 손잡이를 내리면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고 올리면 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손잡이 밑의 뚜껑을 열면 말랑말랑하게 연해서 잘 휘어지고 손톱으로 누르면 들어가고 잘 끊어지는 가는 선이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선의 이름은 퓨즈라고 하는 것이었다. 초기에는 전압이 고르지 않고 전기사용방법에 익숙하지 않아서 퓨즈가 끊어지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런 까닭에 집집마다 여분의 퓨즈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여분의 퓨즈를 챙기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고 퓨즈가 흔한 것도 아니었다. 이집 저집 퓨즈를 얻으러 다니기도 하였다. 백열전구가 들어오지 않아서 두꺼비집을 열어보면 퓨즈가 녹아서 끊어져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였다.

퓨즈가 전기로 인한 위험을 줄여준다는 사실을 잘 몰랐던 가정에서는 일반 구리선이나 철사 줄로 퓨즈를 대신하다가 마을 전기공급장치인 변압기를 멈추게 하여 마을 전체에 전기 공급이 안되거나 심한 경우 더 큰 합선을 일으켜서 전기로 인한 화재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는 좀 더 안전한 누전차단기가 두꺼비집의 추억을 대신하고 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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