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역사를 지키는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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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역사를 지키는 나무들

[문화 초대석]김우영 대전중구문학회 사무국장

  • 승인 2013-08-11 13:48
  • 신문게재 2013-08-12 20면
  • 김우영 대전중구문학회 사무국장김우영 대전중구문학회 사무국장
▲ 김우영 대전중구문학회 사무국장
▲ 김우영 대전중구문학회 사무국장
오늘은 우리나라 민담 설화를 소개한다. 어느 마을에 어린 과부가 후원에서 홀로 살았다. 그런데 소피를 볼 때 요강에 사용하지 않고 꼭 고목 아래에서 보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아이를 잉태 아들을 낳았다. 과부 혼자 몰래 아이를 낳아 7세 때 서당에 보냈는데 동네 아이들이 아비없는 자식이라며 놀렸다.

하루는 아들이 과부에게 아버지가 누군지 말하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하였다. 어쩔 수 없이 고목이 아버지라고 하였다. 아들이 동네 사람들에게 고목이 아버지라고 하자 사람들이 몰려와 고목에게 말을 거는데 신기하게도 이 고목이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결국 사람들은 고목이 아이 아버지라고 인정했다. 얼마 후 큰 비가 내려 사람과 집, 가축 등 할 것 없이 모두 떠내려가게 되었다. 이때 고목도 뿌리째 뽑혀 떠내려가는데 아들이 고목에 올라 목숨을 구하고 물 흐르는 대로 떠내려가게 되었다. 이때 개미 떼, 돼지, 뱀 떼도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나무에 태워 목숨을 살려주었다. 또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소년이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목숨을 구해주었다. 그러다가 어떤 산중에 이르렀다. 그 산 오두막에 노부부가 어린 딸 하나를 데리고 살았는데 마을 사람들이 다 떠내려가 노부부는 이 두 소년을 식구로 함께 살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노부부의 딸과 두 소년의 혼기가 되자 두 소년을 시험해 나은 쪽을 사위로 삼기로 하였다. 첫 번째 시험은 깨 한 가마를 잔디밭에 뿌린 후 다시 줍는 것. 깨알을 줍고 있었는데 난데없는 개미 떼가 나타나 깨알을 물어 날라줘 순식간에 고목 아들 지게를 채워줘 이겼다. 수해 때 개미들이 고목 아들이 목숨을 구해줘 은혜에 보답한 것이다. 두 번째 시험은 밭을 가는 것. 소를 몰아 밭을 가는데 갑자기 돼지 떼가 달려들어 입과 발로 밭을 갈고 거름을 뿌리니 또한 고목 아들이 또 이겼다. 결국 고목 아들이 노부부 사위가 되어 노부부 딸과 혼례를 치르고 첫날밤을 맞는데 사위가 되지 못한 그 소년이 고목 아들을 죽이고 신부를 차지하려고 칼을 들고 신방에 들어갔다. 그때 갑자기 뱀 떼가 몰려와 소년을 물어죽이니 이 또한 수해 때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갚은 것이었다.

이 설화는 은혜에 대한 답례 중요성이 주제이지만 필자가 오눌 강조하는 것은 사람을 살린 고마운 고목(古木)에 대한 중요성을 말하고자 한다.

마을 입구에 있는 고목 수령(樹齡)을 보고 사람들은 마을 역사를 유추한다. 500여년 된 고목이 있는 마을은 500여년 전 부터 사람이 살았을 것이라고 한다. 고목은 정자(효자문, 열녀문)와 함께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또는 주민들 쉼터로 활용한다. 정자나무 밑에서 나랏일과 대처로 나간 자녀들 이야기 등 인정이 꽃 피는 고마운 토론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나무들이 수난을 당한다고 한다. 버젓이 몇 백 년동안 마을을 지키던 고목을 주차장, 또는 진입로를 낸다며 잘려나간다고 한다. 도심지가로수들이 상가의 간판과, 운전자 시야를 가린다며, 또는 은행나무 열매 결실기에 잠깐 냄새가 난다며 몇 십, 몇 백 년 자란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없애달라고 지방자치단체 공원녹지 부서에 항의한다고 한다.

세계 10위권 자랑스런 5000년 유구한 역사의 대한민국을 지켜온 나무들의 수난을 보며 문득 이 세상 소풍처럼 잠시 왔다가 저 하늘로 돌아간 천상병 시인의 '나무'라는 시가 가슴에 적셔 온다.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 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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