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통감…재검토 후 추천취소"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의료전문가 집단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자신들이 추천한 주방 세제가 최근 조사에서 산성도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의협은 8일 데톨 주방 세제의 산성도(pH)가 1종 세제기준에 어긋난다는 최근 조사 결과에 대해 "(의협이) 제품을 추천한 책임을 통감하고, 근거 자료를 재검토하고 나서 추천취소 등 국민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소비자원은 옥시레킷벤키저가 수입·판매하는 주방 세제 '데톨 3 in 1 키친시스템' 3개 제품의 pH를 측정한 결과, 표준사용량의 pH가 평균 4.0으로 보건복지부가 고시로 규정한 1종 세제 기준(6.0~10.5)보다 낮았다고 발표했다.
사람이 바로 먹는 채소나 과실을 씻을 때 사용하는 1종 세척제에 적합한 수준보다 산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 제품에는 '손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표기가 있으나, 실제 산성도가 낮은 만큼 손에 묻었을 때 충분히 씻어내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소비자원은 곧바로 옥시레킷벤키저에 자발적 회수를 권했고, 옥시도 해당 제품의 판매중지·회수·환불 조치에 나섰다.
문제는 의협이 지난해 11월 옥시레킷벤키저로부터 문제 제품에 의협 명칭과 로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에 동의했다는 점.
의협은 당시 업체로부터 제품 샘플, 제3의 시험기관 살균시험결과, 인체 피부 1차 자극 시험결과 등을 서면으로 받아 환경의학 전문가에게 검토를 의뢰한 뒤 '성분·사용에 따른 추가적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는 경우 추천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추천에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이 제품에 대한 의협 추천을 취소하고, 내부 전문가 검토를 거쳐 옥시와의 업무협약 해지 등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의협은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2004년 5월 옥시레킷벤키저와 업무협약을 체결, 협회의 사전검토만 거치면 이 회사 비누·스프레이·주방세제(3 in 1 키친시스템)에 협회의 명칭·로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허용해 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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