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로 한밭대 건설환경조형대 학장 |
반면 원도심 달동네는 집들 사이에 좁은 골목길을 둔 채 촘촘히 붙어 있다. 더욱이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석면슬레이트 지붕 아래에서 선풍기도 마음껏 켤 수 없는 환경이다. 이같은 주거환경 사각지대는 도시의 발전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현상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빈곤한 사회적 약자 계층이 주로 거주하기 때문에 발언권이 적다. 그나마 선거 때 여러 약속을 하지만 대부분 공염불이 되고 만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 실현을 위한 건강한 미래를 만드는 '환경복지'를 공약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지난 6월 비전으로 환경복지국가를 선포했다.
정부는 안전하고 고품위 삶을 보장하는 국민행복형 환경복지와 후손도 행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환경복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생산형 환경복지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오염된 물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사후처리식 환경관리에서 우리 삶의 질과 동식물 건강까지 생각하는 사전예방적 환경관리를 하겠다는 진일보된 개념이다.
한국은 산업화 등를 거치면서 심각한 지역·세대간 빈부격차가 발생했다. 더불어 환경의 사각지대와 상대적 환경 불평등지역이 발생하는 등 사회적 불만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국민 전체의 환경 여건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현 경제 체제에서는 계층과 지역 간 불평등 격차는 점차 심화될 것이다.
또 국민의 행복지수를 낮추는 요소로도 작용할 것이다. 단순히 행복지수를 낮추는 것이 아니다. 추가적으로 사회복지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정부 노력이 필요한 분야다. 공간적으로 환경 불평등 요소는 첫째 거주환경의 문제다. 물과 공기, 가스, 전기 등 사회기반시설이 미흡한 가옥과 층간소음, 일조권 등 주거 내부환경, 석면슬레이트, 독성물질의 노출 등 건강환경에 취약한 지역들이다. 둘째는 공원과 녹지 등 휴식공간이 부족한 지역의 문제다. 셋째는 독성 유해물질 배출공단과 광산, 혐오시설을 중심으로 한 위해성 물질에 취약한 지역이다.
대전의 예를 들어보자. 둔산이나 도안신도시 같은 신개발지구는 주거 환경이 양호하고, 근거리에 공원 등 여가공간이 많다. 반면, 동구와 중구 등 구도심은 연탄배달 리어카도 갈 수 없는 좁은 길에 노후화된 건물이 즐비하다. 즉, 거주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얘기다.
오래된 상수도관에는 녹물이 흐르며, 수거식 허술한 화장실은 비가 오면 지하수위가 높아져 오수가 흘러나온다. 수세식의 경우에도 합류식 하수관거로 골목길마다 악취가 풍겨난다. 또한, 석면슬레이트 지붕이 많아 발암물질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격이다. 슬레이트 철거비가 정부에서 지원되지만, 교체비용은 지원되지 않는다.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공원은 어떤가. 무더운 여름 그늘을 만들어 주는 정자나무 한그루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거주자 대부분이 경제적 빈곤층이 많기 때문에 더욱 자구적 환경개선은 어려운 실정이다.
기상 재해에도 불리한 여건이다. 홍수 발생 때는 침수 주택 피해자 대부분이 지하실 쪽방 거주자다.
실내공기질이 취약해 정부는 독거노인과 저소득층의 실내공기질 조사를 지원하고 하고 있으나 확실한 해결 대안은 없다.
취약계층의 건강한 거주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은 물론 지역사회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환경개선 사업은 복지형 일자리 창출과 사회 통합을 위해서도 매우 유리한 사업이며 원도심을 살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환경 취약지역을 돌보는 환경복지의 적극적 실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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