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희씨 |
20대 중반, 교회 성가대에 들어가 성악을 접한 게 처음이다.
노래가 좋았는데 부모님을 설득하기 힘들었다. 또래들이 취업할 무렵인 스물다섯에 비로소 음대 진학을 결심했다. 한눈 팔 시간도 없었다. 이를 악물었다. 한양대 성악과에 입학했다.
유학도 늦었다.
하지만, 칼스루에 주립극장에서 오페라 스튜디오로 독일 무대에 데뷔한 신대희(42ㆍ사진)씨는 이후 '늦깎이 성악가'로 독일 국립극장 마이닝엔 전속 바리톤성악가로 활동하며, 톡톡히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쯤 되면 역전 홈런.
출발은 늦었지만, 진득하게 한발씩 내딛는 바리톤 신대희씨를 7일 만났다.
신씨는 첫 대학을 다닐 때까지 음악과 인연이 전혀 없었다.
“성악과는 거리가 멀었죠. 대학교 첫 입학도 음악과 관련이 없는 곳을 갔었으니까요. 뒤늦게 성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이후 다니던 대학을 포기하고 한양대 성악과에 재입학했고 본격적인 성악가의 길을 걸었다.
출발이 늦은 신 씨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다양한 난관을 극복했다.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무대에 서는게 행복했어요. 노력한 성과를 관객들에게 선보이면서 확인하고 싶었죠.”
수없는 도전 끝에 얻어낸 신 씨의 경력은 화려했다.
'파르지팔', '라보엠'을 비롯해 로시니의 종교오페라인 이집트의 모세, 바그너의 리엔찌 등 여러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화했다.
또 지난 2003년부터는 유명한 작곡가 브람스와 슈트라우스가 지휘자로 몸담았던 180년 전통의 마이닝엔 국립극장에서 11년째 주역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청중들의 마음을 흔드는 심도있는 연기를 펼치고 싶다”며 “성악이라는 원초적 예술에 매력을 느끼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그의 고향인 대전에서 관객들을 맞을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글로벌아트오페라단이 주최하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에서 루나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신씨는 “지역 출신 성악가지만 클래식의 중심인 유럽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캐스팅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세계 어느 극장의 앙상블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역량있는 실력파 솔리스트들과 합창단, 오케스트라에 감탄과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2007년 서울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오페라 '카르멘'을 마지막으로 아들의 공연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으신 아버지를 위해 이 공연을 바친다”고 말했다.
한편 신씨가 출연하는 '일 트로바토레'는 8일부터 10일까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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