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현]신뢰를 바탕으로 한 막스플랑크의 연구지원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배석현]신뢰를 바탕으로 한 막스플랑크의 연구지원

[사이언스 칼럼]배석현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스톱 지원팀장

  • 승인 2013-08-07 14:10
  • 신문게재 2013-08-08 21면
  • 배석현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스톱 지원팀장배석현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스톱 지원팀장
▲ 배석현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스톱 지원팀장
▲ 배석현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스톱 지원팀장
지난 5월의 마지막 주.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45일간 선진기관 연구지원 벤치마킹을 위한 여정이었다. 연구자는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개인적인 의문과 함께 선진기관 연구지원 현황을 알고 싶어하는 IBS직원들의 다양한 요구를 들고 갔기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뮌헨공항을 거쳐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하자 처음 경험한 것은 바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막스플랑크 슈투트가르트 연구소의 행정실장과의 만남이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막스플랑크는 해외에서 오는 연구자들이 막스플랑크에 오게 되면 픽업서비스뿐 아니라 비자발급, 주소지 이전 등 연구자가 생소한 환경에서 불편함을 겪지 않게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해주고 있었다. 그런 행정서비스의 모습을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 보게 된 것이다. 막스플랑크협회는 다양한 국적의 연구자로 구성돼 있다. 2012년 말 기준 276명의 연구소장 중 30%, 박사 후 연구원의 약 89%가 외국인이다. 이렇게 많은 외국 연구자들이 막스플랑크에 지원하는 이유 가운데 첫 번째는 외국인에 대한, 외부 인력에 대한 지원서비스를 포함한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연구지원환경의 우수성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다양한 민족이 얽혀서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력에 대한, 인재에 대한 충분한 배려와 세심한 지원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은 지금도 국제사회의 많은 과학 인재가 독일행 비행기에 오르는 큰 요인이다. 이러한 인재에 대한 세심한 지원의 바탕이 되는 것은 아마도 막스플랑크의 '하낙 원칙(Harnack principle)'이 아닐까 한다. 이 원칙은 “연구수행에 관련한 모든 권한은 연구자가 가지며, 예산 지원은 하지만 간섭하지는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연구자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막스플랑크협회의 전신인 카이저 빌헬름협회(Kaiser Wilhelm Society)의 초대 총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즉 연구테마의 선정, 연구비 사용, 인력 활용, 협력연구 등에 대한 최대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연구자는 국민과 국가와의 신뢰성을 지키고 자율성을 지속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과학적 수월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내부적으로 엄격한 과학적 평가(동료평가)를 통해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있음을 입증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또 사회를 위해 공헌해야 하는 기초과학의 속성을 잊지 않고 있다. 결국, 국민과 정부, 과학자 간의 무한한 신뢰성이 하낙의 원리에 따라 자유로운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의 가장 기본이 되고 있었다. 면담자 중 미국의 정규직 자리를 박차고 막스플랑크의 5년짜리 연구를 하기 위하여 독일에 온 연구자가 있을 정도로 막스플랑크의 연구지원환경은 세계적이며 그 중요성 체감할 수 있었다.

막스플랑크연구소에 머무는 동안 연구지원, 해외 연구자지원, 예산, 홍보 등 약 40명의 직원 및 팀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1개 팀과 약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되는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문구는 “당신이 원한다면(if you want)”라는 말이었다. 바로 연구 환경뿐 아니라 연구자가 원하는 연구지원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다양한 제도 및 조직구조를 봤다. 비서조직, 기술지원조직 등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인 장치,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 구조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이처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우수한 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제도적 측면을 나열하기에 앞서 그 밑바탕에는 신뢰가 깔려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크게는 국민과 과학자 간 신뢰, 작게는 막스플랑크 구성원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배려. 그들은 과학자, 연구지원인력, 박사과정 학생 등 구성원이 제안하는 어떤 아이디어라도 접수하여 해결책을 모색하고, 가능성이 판단되면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적극 지원하고자 노력하는 연구지원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한 환경이 연구자를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시키는 동시에 독일이란 나라에 '기초과학 선진국'이란 수식어를 붙게 한 막스플랑크 협회의 힘이 아닐까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4. aT, '가루쌀 가공식품' 할인대전 진행
  5.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1.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2.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3.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4. 해외농업·산림자원 반입 활성화 법 본격 시행
  5. 사회복지법인 신영복지재단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저소득어르신에게 쌀 배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