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선입견 훌훌… 가고싶은 착한학교 '청주양업고'

대안학교 선입견 훌훌… 가고싶은 착한학교 '청주양업고'

개교 16돌 한국첫 가톨릭 대안학교 부지선정 두번 무산 끝 3년만에 결실

  • 승인 2013-08-07 14:09
  • 신문게재 2013-08-08 12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대전교육 학교를 넘어선 학교를 꿈꾸다] 3.국내성공사례 '청주양업고'

충북 청원군 옥산면 환희리 청주 양업고(교장 장홍훈)는 올해 개교 16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최초의 가톨릭 대안학교다. 양업고도 대전지역 대안학교 부지 예정지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번번히 무산된 것처럼, 두번이나 부지선정 때문에 곤혹을 겪었다. 그러나 세번재 부지였던 현재 위치에 1998년 개교해 연 평균 입학 경쟁률이 6대 1를 기록하는 명문학교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이는 부지선정 무산속에 맺은 결실=천주교 청주교구 설정 40주년 기념해 설립된 청주 양업고가 지난 1998년 충북 청원군 옥산면 환희리에서 첫 입학식을 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앞서 부지로 선정됐던 두 지역 주민들이 '중도탈락 학생을 위한 학교'라는 인식 때문에 '뭐라도 해도 우리 마을은 안 돼'라고 강하게 반발해, 부지 선정이 연이어 무산됐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부도난 공장부지를 허물고 터를 닦아 1998년 3월 입학생을 맞이했다.

윤병훈 초대 교장이 1996년 4월 '중도 탈락 학생을 위한 학교' 설립 계획을 구체화 시킨 후 3여년만에 결실을 맺은 셈이다.

윤 초대 교장은 충남대 농과대를 졸업하고 4년간 교직생활을 하다가 광주가톨릭대에 편입해 1983년 사제품을 받은 후, 한국 최초의 가톨릭 대안학교인 양업고를 설립시킨 주인공이다.

양업고 김현주 교무부장은 “윤병훈 초대 교장 선생님의 강한 신념과 리더십덕분에 부지선정의 어려움속에서 대안학교 설립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결국 대안학교 설립을 위해서는 철학을 가진 지도자와 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업고는 '착한 목자 예수님의 사랑'이라는 설립 정신 아래 한국의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토마스(1821-1861) 신부의 영성을 본받아 '사랑으로 마음을 드높이자'라는 교육목적을 내세우고 있다. 양업고 설립자인 윤 초대교장은 지난 1월 정년 퇴임한 후 청주시 교구 본당 주임 사제로 자리를 옮긴 상태. 지난 3월부터 장홍훈 제2대 교장이 바톤을 받아 '학생들이 보다 더 가고 싶고, 머물고 싶고, 배우고 싶은 좋은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다.

▲문제아 학교에서 인기 상종가 학교로=양업고는 제도권 학교에서 보듬지 못하는 '문제아', '부적응아'가 모인 곳이라는 초기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들어가기 힘든 학교로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다.

학년별 40명 정원에 올 입학 경쟁률은 5.6대 1을 비롯해 지난해 입시 경쟁률 7.6 대 1 등 년 평균 6대1 이상의 입학경쟁률을 자랑하고 있다.

올 입학생 40명 중 서울 경기지역출신 학생이 16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 충북 6명, 부산 충남 각각 3명, 전남 2명, 대구 인천 각각 1명 등 순으로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학생 선발 기준은 서류상의 중학교 성적이 아니라 작문과 심층면접을 통해 학생 및 학부모의 적극적인 변화 의지여부를 판단한다고 학교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현주 교무부장은 “경쟁률이 높다보니 때로는 학생 선발에 대해 문의가 많다”며 “우선적으로 학생이 변해야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와 남에 대한 배려 정신을 글과 면접을 통해 판단해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가 자녀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도 선발 기준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양업고는 한 학년 40명씩 전교생 120명이 기숙사 생활하며 자율적으로 학업이 이뤄지고 있다. 일반고에서 볼 수 없는 산악등반, 봉사활동, 가족관계, 청소년 성장프로그램, 노작, 해외이동 수업 등을 특성화 교과를 운영하고 있다. 노작은 1단위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농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교과이다.

2009년부터 지난 3년동안 특색있는 학교만들기 선도학교, 대한민국 좋은학교 박람회 참가 우수학교, 학부모학교참여지원 사업, 흡연예방 금연교육 선도학교, 학교문화선도학교 최우수학교, 전국 100대 학교문화 우수학교 등 굵직한 각종 국책 사업 선정 또는 수상 실적을 내고 있다.

또한 22개 동아리가 운영돼 학생 1명당 2.4개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봉사활동 동아리 '형 언제와'는 매주 수요일 옥산지역 다문화 가정을 방문, 해당 가정 아동들의 멘토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동아리는 지난 4월 코오롱 오운문화재단의 '우정선행상'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올 졸업생 40명 가운데 31명이 대학에 진학해 입시 명문학교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업고 졸업생들은 국내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물론 호주 멜버른 의대와 일본 대학 등 해외 유명대학 진학에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1998년 개교 이래 지금까지 졸업생 399명을 배출했다”며 “이 가운데 의사, 사업가, 해군장교 등 사회적으로 성공한 졸업생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졸업생 모두 각자 맡은 일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고 싶은 학교, 머물고 싶은 학교 '양업고'=양업고 교사들은 임용이후 현현실상담치료의 바탕이 되는 선택이론의 창시자 윌리엄 글라써(William Glasser)의 '선택이론과 현실요법'은 물론 한국심리상담연구회 강의도 30시간 이상 이수해야한다.

교사 개개인이 특성화된 대안교육 전문가로 학생 개개인의 독특한 소질과 적성, 개성, 능력 등을 키워나가는데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해마다 여름방학 기간에 대안교육에 관심있는 교사, 관계자,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대안교육 연수회'를 개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과 대안교육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장을 열고 있다.

장홍훈 교장은 “양업고는 인성을 바탕으로 지성과 영성의 삼위일체적 조화를 이루는 학생을 양성하기 위해 체험적이고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며 “학부모교육, 학생 존중, 연구하는 교사상 등 교육공동체를 중시해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학생들도 학교를 대학을 가기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고 꿈을 키워주는 공간으로 인지하고 있다.

3학년 류준형 학생은 “양업고에는 꿈을 가지고 오라기 보다는 씨앗을 가지고 오라고 싶다”며 “양업고는 그 씨앗을 튀울 수 있는 좋은 거름과 햇살을 준비해 줄 수 있는 곳”이라고 학교를 자랑했다.

학부모 정상균 씨는 “틀에 짜여진 제도권 교육에 비해 자유로운 가운데 자산의 성찰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라며 “기존의 교육 시스템보다 진일보한 형태라는 믿음과 확신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청주=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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