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책만 빌려주는 곳?… “작은 복지관이죠”

[객원기자]책만 빌려주는 곳?… “작은 복지관이죠”

25명 회원들 재능 기부로 한자·풍선아트 등 배움기회 [객원기자가 만난 사람] 월평2동 새마을문고 정순례 회장

  • 승인 2013-08-06 17:08
  • 신문게재 2013-08-09 12면
  • 강우영 객원기자강우영 객원기자
▲ 월평2동 새마을문고 정순례 회장.
▲ 월평2동 새마을문고 정순례 회장.
새마을문고가 단순히 책만 빌려주는 곳이라는 편견은 월평2동 새마을문고(회장 정순례, 이하 새마을문고)에 가면 단박에 깨진다. 한자와 그림 그리기, 풍선아트를 배울 수도 있고, 영어동화 구연이나 전례놀이 등 공연도 열린다. 최근에는 책 읽기 비법을 가르치기 위해 독서클럽도 만들었다. 가히 작은 복지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새마을문고가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는 이유는 회원들 각자가 가진 재능 덕분이다. 회원 중에는 영어동화구연지도사, 한자지도사, 독서지도사 등 전문지도사 뿐만 아니라 종이접기 전문가도 있다. 정순례(45) 회장은 풍선아티스트 겸 요양보호사다. 정 회장은 “회원 25명 각자가 한가지 이상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자원봉사만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새마을문고가 이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는 지역의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월평2동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영구임대아파트 3개 단지 3000여 세대가 모여 있는 대전의 대표적인 복지사각지대다. 독거노인과 한부모 가정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방학이 되면 급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새마을문고는 최근 이런 학생들을 위해 주말에도 문을 열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새마을문고가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보듬어 주는 학부모 역할까지 자임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회장직을 맡게 된 정 회장은 '새마을문고를 소통의 장, 교육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새마을문고 본연의 역할에도 충실할 생각이다. 당장 학부모와 학생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간 서적을 구비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자원봉사자만으로 운영하는 문고를 사회적 기업으로 육성해 고용창출에 나서는 방안도 고민중이다. 정 회장은 “지자체에서 개최하는 행사 하나에도 몇 억원을 사용하는데 새마을 문고에 예산지원이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장 노후한 컴퓨터와 도서대출 프로그램을 교체해야 하지만, 200여 만원이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다. 주민센터 2층에 무상으로 사무실을 임대하는 걸 제외하면 모든 운영경비를 100%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부족한 경비는 회원들이 십시일반 걷는 경우도 다반사다. 주민들은 새마을문고를 동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것처럼 알고 있어 기부도 일정치 않다. 그렇다고 자원봉사를 그만 둘 생각은 없다. 봉사를 통해 많은 것들을 새롭게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뒤부터 노인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정 회장은 봉사란 '평생의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정 회장은 “운동도 살을 빼려고 악착같이 하면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더 크잖아요. 봉사도 누군가를 도와주는 보람도 있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그 자체가 즐거움으로 다가오기에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마을문고가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지역의 새로운 소통창구로 변화되고 있어 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강우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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