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1세기에 얹혀사는 노인의 푸념과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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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21세기에 얹혀사는 노인의 푸념과 걱정

  • 승인 2013-08-01 18:07
  • 신문게재 2013-08-02 8면
  •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나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70여년의 격동기를 보내고, 희망찬 21세기를 살아가는 노인층에 속하는 사람이다. 일제침략기인 유소년 시절 나라도 빼앗기고, 이름도 빼앗기고 우리말도 빼앗기고 암울한 시련기를 살았다.

광복이 되어 무지개 같은 희망을 안고 청소년 시절을 보내던 중, 6·25 남침전쟁에 휘말려 미성년 학도병(18세)으로 자원입대하여 줄곧 20년간을 군인생활로 마치고 민간으로 돌아와 조국근대화와 전후복구사업에 뛰어들었다.

40세의 나이에 향토기업인 계룡건설을 창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는 동안 여러 사회활동과 많은 공공단체도 이끌어보고, 정치에 입문하여 국회의원 활동도 했다.

이러한 인생역정으로 20세기를 보내고 21세기를 맞이하는 내 나이 70에 모든 공적활동을 청산하고 오로지 자업(自業)에만 몰두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21세기에 얹혀살면서 요즈음의 현란하고 변화무쌍한 세태에 푸념과 더불어 걱정되는 몇 가지 사회문제에 솔직한 걱정을 하고자 한다.

21세기의 특징은 글로벌시대(지구촌시대), 첨단과학 IT시대, 다양화된 산업분업시대가 특징이며, 따라서 새로운 모럴(의식규범의 변화)이 정신없이 현란하게 바뀌고 있다. 기존 모럴로는 따라잡기 어렵고, 속된 말로 개판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도 좋지만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옛 성현들의 교훈도 살려가며 변화속도를 조절해나가야 건전한 사회발전이 될 것 아닌가 푸념해본다.

이러한 고민은 우리나라만의 것은 결코 아니다. 유교문화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이웃 일본이나 중국, 그리고 동남아의 여러 나라도 함께 고민하고 있는 공통의 과제이고 서구나 미주의 나라들 또한 같다고 본다.

일본은 지금 국가개혁운동으로 요동치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정치문화면의 고민은 네지레(ねじれ) 현상 극복인데, 네지레란 뒤틀리거나 꼬인 것을 가리키는 말로 일반적으로는 정치적으로 상반되는 결과가 생겼을 때 네지레 현상이란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 투쟁, 폭력수단을 동원하는 의사방해, 면책특권을 이용하는 책임지지 않는 폭로(말폭탄), 발언권을 얻은 의원이 발언대에 나가 무한정 버티는 의사방해(책을 읽으며) 등이 네지레에 속한다.

중의원과 참의원을 장악한 아베수상이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이 네지레를 방지하는 입법을 감행해야 한다는 것(이미 선거공약)이다. 우리나라도 작년에 국회법을 개정하였는 바, 국회의장은 3분의 2 의 의원이 합의하지 않는 안건은 상정할 수 없다(국회선진화법)는 것인데 아이들도 비웃는 법이다. 국회의 생산성을 무시한 견제법이 아닐 수 없다.

또 일본사회와 특히 교육, 치안상의 가장 큰 문제는 이지메(いじめ)의 망국적 현상을 척결하라는 사회의 요구이다. '이지메'란 골린다, 괴롭힌다, 들볶는다는 일본말의 어원에서 나온 것인데 우리나라의 '왕따'에 해당하는 말이다.

일본의 왕따현상은 우리나라의 왕따현상이 사회문제가 되기 전에 이미 제기되었었는데 일본국가사회의 사회악, 특히 어린학생(초·중·고)을 학교에 안심하고 보내기 힘든 학부모 사회에서 제기된 척결대상이다.

이런 현상은 아들 딸 하나만 낳아야하는 중국에서도 지금 큰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왕따현상은 일본, 중국보다 더 지독하다. 왕따를 주도하는 '일진회'라는 폭력조직이 전국적으로 조직화되어 있고 또 어른 조직폭력단체의 산하조직으로 되어가고 있어서 학교당국이나 치안당국에서도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 몽골, 동남아 일대의 학생들은 모두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은 필수지참물로 되어 있다. 스마트폰이 21세기 문명의 대명사가 된 것은 가상한 일이지만 어린학생에게는 교육상이나 두뇌발전상 무익하다는 것은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 보채면 부모도 사줘야 하고 교사들도 단속 못한다고 들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아동교육의 모델로 한국의 예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그 자녀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영부인 미셸 오바마는 자녀에게 휴대폰 지참을 절대 불허하고 엄격히 단속한다. 우리 학부모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21세기 사회의 특징은 핵가족제도의 만연이다. 자립자존을 하는데 참 좋은 풍습이 되어간다고 생각할 수만은 없다.

효친사상의 붕괴, 부모봉양을 제대로 하지 않는 풍조와 오로지 노인이 되면 봉양은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는 자식들의 생각, 그러면서 자식손자들은 무한한 경제적 생활부담을 부모에게만 의지하려는 풍토, 여기에서 골육상쟁의 험한 범죄가 일기도 한다.

21세기의 중반, 종반까지 지금의 세태가 이어진다면 이미 늙은이가 된 노인들은 그렇게 지낸다지만 지금의 중년, 청년, 소년들이 이어받을 세상은 어찌 될 것인가? 우리들의 먼 앞날을 내다보면서 깊이 생각할 모두의 문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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