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형]지렁이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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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형]지렁이의 교훈

[NGO 소리]이연형 천양원 원장·대전사회복지협의회 수석부회장

  • 승인 2013-08-01 14:27
  • 신문게재 2013-08-02 20면
  • 이연형 천양원 원장이연형 천양원 원장
▲ 이연형 천양원 원장
▲ 이연형 천양원 원장
올해는 이상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 경기 강원도 이북 지역은 폭우가 쏟아져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나고 있는데, 중부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오히려 비가 적게 내렸고, 제주도 지방은 가뭄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7월 한 달, 우리 지방은 오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른 아침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나는 매우 낭패스럽다. 토끼들의 먹이용 풀을 베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 시설 뒷동산에 조성한 '꿈꾸는 놀이동산'으로 올라가려면 본관과 농구장 사이로 약 20m의 아스파트 길이 있다. 나는 매일 아침 6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조류들에게 사료를 주고 물을 갈아주며, 토끼먹이를 공급한 후, 마지막엔 연못에 있는 금붕어들에게 먹이를 던져준다. 이것이 내 하루의 시작이다.

어제 아침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스팔트 길을 걸어 오르다 보니 많은 지렁이들이 길가 잔디밭에서 아스팔트 길 위로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있었다. 전에도 이런 현상을 보면서 비가 오면 왜 지렁이들이 길 위로 나올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오늘 아침 인터넷을 통해 검색을 해보았더니 비비안 프렌치가 글을 쓰고 제시카 엘버그가 그림을 그린 책에 해답이 있음을 발견했다. 나는 즉시 그 책을 구입해 읽어 보았다.

할머니가 손자 잭에게 비가 오면 지렁이가 땅 위로 나오는 이유를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고, 잭이 처음엔 지렁이를 징그럽다고 했으나 지렁이가 토양을 이롭게 하여 꽃들과 식물들을 잘 자라게 하는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지렁이를 '위대한 지렁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지렁이는 토양에 습기가 많고 통기가 잘 되는 곳에서 서식하며, 이들은 썩은 나뭇잎, 과일이나 썩은 벌레 등을 아주 작은 돌가루와 모래 등과 함께 삼켜 잘게 부수어 흡수한 다음 일자로 된 소화관을 통해 배설물을 배출한다. 그런 과정에 토양에는 자연스레 구멍이 만들어지므로, 통기가 잘 되어 스스로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살아가는 것이다. 그들이 배출하는 똥은 좋은 거름이 되고 그들이 파 놓은 굴들은 식물이 뿌리내리기 좋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지렁이는 살갗으로 숨을 쉬는 연체동물이다. 많은 비가 내려 빗물이 토양으로 스며들면, 지렁이들은 호흡 곤란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지표면으로 올라오게 되는 것이다. 지표면으로 나오면 수분은 충분하기 때문에 활동하기에 좋지만, 가끔은 지렁이들이 아스팔트나 시멘트 위로 올라 왔다가, 땅 속으로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새들에게 먹히거나, 날씨가 개어 햇빛이 비추기 시작하면, 뜨겁게 달아오르는 길 위에서 수분을 빼앗기게 된다. 결국은 말라 죽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들 중에는 학교나 가정이 자유를 속박하는 곳으로 생각하여, 학교를 떠나기도 하고 가출하는 경우도 있다. 지렁이처럼 숨쉬기가 좀 불편하다고 땅 밖으로 나오거나, 더구나 아스팔트 길 위로 기어오르면 결국 불행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 알아야하는데 말이다.

자포자기하는 청소년들이여, 자학하지 말라. 지도하기 어려운 청소년 때문에 애태우는 지도자들이여, 학부모들이여! 우리 청소년들을 끝까지 참고 선도해 보자고 권면하고 싶다. 지난 6월 인권교육을 받으면서 아무리 몸이 청년처럼 성장했어도 미성년자들은 연약한 자요, 무엇인가 부족한 자들이지만 가능성이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가져야한다는데 나는 깊이 공감한바 있다. 이 장마철에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지렁이의 교훈을 일러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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