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씨 대종가의 별채에 살면서 쌍청당을 관리하는 노민숙씨. |
쌍청당엔 일 년에 탐방객이 수백 명이 오는 곳이다. 탐방객이 드나드는 문과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문이 같아 성가시려면 한도 끝도 없을 지경이다. 예전에는 탐방객을 위해 문을 열어놓고 살았지만 시절이 수상해지고 난 뒤에는 그리도 못하고 탐방객을 위해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와야 할 때가 많다.
필자가 방문하기로 한 날, 혹 필자가 먼저 와 잠긴 문 앞에서 기다릴까봐 걱정이 됐던 노씨가 문을 열어놓고 아침 장을 보고 왔더니 그 새 취객이 한 분 들어와 별채 마루에 누웠다. 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면 사람이 살든 살지 않든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천 평 남짓 되는 이곳에는 여름이면 뽑는 것보다 더 빠르게 풀이 돋고, 가을이 되면 이듬 해 봄이 깊을 때까지 백 자루 분량의 낙엽이 진다. 간혹 이웃과 문화유산 지킴이들이 손을 보태 주어도 이 넓은 곳을 관리하기란 힘에 부치는 일이다. 그래도 애면글면 하지 않는다. 맡은 일에 대해 더 잘하려고 하는 마음도 욕심이다. 이 욕심 때문에 내가 한 일의 공을 드러내려 하고 그 과정에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오래 같이 지낸 사람은 닮는지 이곳의 팔십 넘은 종부께서는 하라 마라도 없고 노 씨는 한다 만다도 없지만 한 분은 바라보고 한 분은 성실히 돌보고 있을 뿐이다.
이제 배롱나무 꽃이 피는 때다. 쌍청당에 가면 붉은 꽃과 함께 있는 듯 없는 듯 그 곳을 늘 지키고 있는 노 씨에게 밝은 웃음으로 인사하며 물어보자.
“저희가 뭘 조심할까요?”
“화장실 물 사용하고 나서 수돗물만 꼭 잠가주면 됩니다. 다른 것은 없어요.” 곁가지 없는 그이의 요청은 우리를 참으로 편안하게 한다. 단풍나무 아래, 혹은 우물가 옆에서 호미와 풀이 담긴 바구니가 보이면 그이가 또 어딘가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다. 다음엔 농주를 한 병 사서 가볼 참이다.
김혜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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