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가까이서 물결치듯 전해오는 바람 맞으며 / 한여름 숲길 오르다보면 / 가려진 수풀 사이 나지막한 구릉에서 / 나무처럼 깊이 뿌리 내리고 서있는 돌부처님을 만납니다.
백팔가지 모든 번뇌를 가뿐히 한 줄에 꿰어 걸고/ 풍체도 좋게 늠름하게 서있는 돌부처님. / 그 넓은 어깨에 가만히 기대어보니, / 산길 오르느라 지쳐갔던 다리보다 /더 무겁고 힘들었던 세상사 미련들이/ 석불에 앉은 이끼처럼 작아지고 가벼워져 갑니다.
괜찮다고, 다 괜찮아질 거라고… / 잘 하고 있다고, 잘 살아가고 있다고”… / 그리 급할 게 뭐 있냐고, 또 그렇게 아파할 건 또 무엇이냐고…
푸르러질 대로 푸르러진 여름 숲길을 걸어 나오며/ 세상사 그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을 합니다.
종종거리고 아파하던 그 작은 일들이 / 밀고 밀리는 파도라는 걸, / 숲길 지나가는 바람 같다는 걸, /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기 때문입니다.
'살아가노라면 가슴 아픈 일 한 두 가지겠는가/ 깊은 곳에 뿌리를 감추고 흔들리지 않는 자기를 사는 나무처럼/ 그걸 사는거다'
- 조병화 '나무의 철학' 중에서-
호동석불은?=대전시 중구 호동 범골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윗 범골에서 보문산성 쪽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올라 가다보면 경사면 중턱에서 만날 수 있다. 무릎 아랫부분이 묻혀 있으며, 6.25전쟁 이전에 훼손된 불두를 범골마을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만들어진 시기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예전에는 불상 옆에 자리한 바위에서 산신제를 올렸다고도 한다.
글·사진=한소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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