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연꽃과 개구리 - 기묘한 인연

  • 문화
  •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연꽃과 개구리 - 기묘한 인연

  • 승인 2013-07-30 14:10
  • 신문게재 2013-07-31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와 장맛비 속에도 고고한 자태로 피어나는 연꽃과 개구리 소리는 왠지 모르게 정겹다. 비올 때 우산처럼 머리 위에 쓰고 비를 피했던 두텁고 넓은 연잎 위에서 개구리가 졸고 있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아마도 연꽃과 개구리의 인연은 남다른 데가 있어 보인다. 연꽃이 등장하는 여러 가지 공예품이나 그림에는 어김없이 개구리가 등장한다. 연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명을 상징한다. 늪지의 혼탁한 물속에서 피어나는 청초한 연꽃을 일러 “군자의 꽃”이라 하기도 했다. 모든 종교를 초월하는 꽃으로 인식되고 있다. 백제대향로를 비롯하여 연꽃받침은 물론이고 심청전과 같은 소설, 민화 등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연꽃이 지고 나서 맺힌 연밥에는 많은 연꽃씨들이 박혀 있어서 자손의 번창을 비는 뜻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연꽃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개구리다. 개구리는 선사시대 바위그림에서부터 삼국유사의 선덕여왕 설화 등 우리 역사의 첫머리에 등장한다. 개구리에 얽힌 이야기도 많이 남아 있다. 특히 개구리는 날씨를 예견하는 짐승으로도 알려져 있다. 개구리가 집안으로 들어오면 날이 궂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는 개구리가 집안으로 들어오곤 하였다. 이러한 개구리의 생태가 비를 예견하는 짐승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부모님 말을 잘 안 듣고 엉뚱한 짓을 하는 아이들을 청개구리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어머니 말이라면 듣지 않고 어머니께서 동으로 가라하면 서로 가는 청개구리가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게 되자 산에다 무덤을 써 달라고 하면 들에 무덤을 쓸까봐 걱정이 되어 말 안 듣는 청개구리를 불러 놓고 무덤을 들에다 써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청개구리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이번만큼은 어머니의 말씀대로 들에다 무덤을 썼다고 한다. 그런데 비만 오면 어머니 무덤이 물에 잠겨 떠내려갈 위기에 빠지곤 하였다. 그래서 청개구리는 어머니 무덤이 물에 떠내려가면 어떻게 하나 조바심하면서 지금도 목이 터져라 울어 댄다고 한다. 그 밖에 작은 개구리가 소처럼 커다랗게 되고 싶어 숨을 몰아쉬어 참으면서 배를 불리고 불리다가 그만 배가 터져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듯 연꽃과 개구리는 많은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연꽃과 개구리 전시가 주말부터 열린다. 연꽃과 개구리를 보면서 개구리 소리를 내보려 입안에서 혀를 모아 개고르르 굴리던 추억에 잠겨보자.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