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
최영미 시인의 '일기예보'라는 시인데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기상인의 한 사람으로서 묘한 공감이 생긴다.
장마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계속해서 많이 내리는 비로 기상학적으로는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비가 오는 것을 의미한다. 장마전선은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차가운 공기를 가진 오호츠크해고기압이나 온난 건조한 대륙고기압이 만나는 경계 부근에 형성된 정체전선에서 많은 비가 내린다.
장마전선은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세력이 약한 6월 중순께는 일본 남쪽 해상에 머물러 있다가 점차 북쪽으로 올라오기 시작해 7월 중순이 되면 우리나라 중부 지방까지 북상한다.
그러나 올해 장마는 특이하게도 남쪽이 아닌 북쪽에서 먼저 시작돼 지난달 18일에는 세종시 지역을 중심으로 하루 동안 1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이처럼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 따라 많은 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장마기간 내내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다.
장마전선이 평년에 비해 우리나라에 접근하지 않거나 활동이 약하면 마른 장마가 된다. 이러한 마른장마는 시기적으로는 장마철인데 비가 없거나 비가 적은 날씨가 당분간 이어질 때를 말한다.
장마전선은 성질이 다른 두 고기압의 세력에 따라 남북으로 움직이는데 북쪽 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지면 전선이 남쪽으로 내려가 우리나라는 비교적 산뜻하고 맑은 날씨가 된다. 남쪽 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지면 전선을 북쪽으로 밀어올려 무더운 여름 날씨가 된다.
우리가 더위를 표현하는 말로 무더위, 불볕더위 등이 있는데 조금씩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여름철의 덥고 습한 더위를 무더위라 하고 불볕더위는 뜨거운 태양열 때문에 생기는 더위기 때문에 무더위보다 습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특성이 있다. 보통 장마가 시작되면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불쾌지수는 날씨에 따라 인간이 느끼는 불쾌감의 정도를 기온과 습도를 조합해 나타낸 수치를 말한다.
1957년 E.C.톰이 제창한 체감온도의 하나로 기온과 습도만을 고려한 여름철 무더위 기준이다.
이처럼 불쾌지수에 태양복사나 바람 조건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적정한 사용에는 한계가 있다.
통계에 따르면 불쾌지수가 75이상이면 50%의 사람이, 80이상이면 대부분 사람이 불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폭염이 예상되면 한번 더 주의를 돌아보며 폭염에 취약한 홀로된 노인들, 취약계층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배려도 필요하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RCP8.5)에 의하면 현재의 기후변화 추세라면 21세기 후반에는 여름이 5월 상순부터 10월 상순까지 계속된다. 현재보다 한달이상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덥고 습한 장마가 지나고 나면 불볕더위를 피해 바닷가나 시원한 계곡으로 떠나는 피서철이다.
기상인의 입장에서 피서인파와 함께 떠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반갑지 않은 태풍과 집중폭우, 폭염 등 위험기상에 더 노출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무더위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적응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사람만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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