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욱]경영의 기본 “자네, 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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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경영의 기본 “자네, 해봤어?”

[경제칼럼]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오성철강 회장

  • 승인 2013-07-29 14:29
  • 신문게재 2013-07-30 21면
  • 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오성철강 회장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오성철강 회장
▲ 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오성철강 회장
▲ 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오성철강 회장
최근 스포츠계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LPGA의 박인비와 메이저리그의 류현진, 두 스포츠 스타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화려하지는 않지만 표정의 변화도 없이 묵묵히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한다. 기본기로 다져진 자신감이 얼굴 표정에서도 나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박인비에게는 미국 언론에서 사일런트 어세신(Silent Assassin·침묵의 암살자)이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주위에 많은 스포츠 꿈나무들이 스타를 동경하는 마음에서 과격한 세레모니를 흉내내고, 그들이 착용하는 유명로고가 새겨진 용품부터 사기 바쁘다. 하지만 무언가를 배우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위치에 맞게 기본기를 다지는 데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회사의 경영도 마찬가지로 '기본'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화려함만을 추구하다가는 쓸데없는 기교를 부리게 되고 자신이 부린 꾀에 자신이 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필자는 40년 넘게 현업에서 경영을 하면서, 직원들에게 늘 이야기 하는 것이 바로 '기본' 이다. 경영은 전체 구성원의 예지를 모아서 결정하고 집행하며, 결과물에 대해서는 종국에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것을 신조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개인의 월등한 능력이 아닌 모든 구성원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업무가 처리되어 회사가 돌아갈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요즘과 같이 모든 분야에서 스마트를 외치고 있는 시대에 더욱 필요하고, 경영자라면 갖추고 있어야 할 기본 중에 첫 번째는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을 직접 할 줄 알아야 하는 실행력이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왕회장이라는 칭호로 불리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유명한 말 중에 하나가 “자네, 해봤어?” 라는 말이다. 젊은 나이에 사업을 하면서 필드 경험을 통해 쌓은 경험과 기본기를 바탕으로 직접 해보고 가부를 가리라는 말이기도 하지만, 네가 한번 실전을 통해 경험해보라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필자는 모든 회사 구성원이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있으며 나 자신부터 어떤 자리를 막론하고 직접 실무를 보고 좋은 전통과 습관은 존중하되 진보와 향상을 위해 개혁과 개선을 위해 앞장선다. 방식은 아날로그일 수 있지만, 생각과 열정은 스마트해지기 위해 가급적 모든 일을 직접 챙기려고 한다.

경영자가 가져야할 기본 중에 두 번째는 숫자관념을 가지는 것이다. 경영과 경제에서 숫자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최근에 수학전공자들과 이공계 출신의 CEO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숫자가 가지고 있는 명확성과 논리력 때문이다. 수학을 잘 한다는 개념보다는 숫자를 자주 접하고 친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숫자관념이 경영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더 나아가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써먹을 줄 알아야 한다. 수년전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계를 배우고 공부하는 열풍이 불어 관련 서적이 불티나게 팔렸던 기억이 있는데 숫자관념을 높이고 활용하는 데에는 평소 생활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숫자를 눈으로만 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미지화하고, 심지어 공장견학이나 유명한 음식점에 가서도 한눈에 봐도 매출이나 경비, 수익구조를 짐작할 줄 아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런 내공을 쌓게 되면 경영에서는 물론이고, 실생활에서도 숫자로 계획하고 실천한 뒤 평가하는 습관이 만들어지게 된다.

경영자가 가져야할 마지막 기본은 작은 사물 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근검, 절약하는 마음이다. 근검, 절약하는 마음의 시작은 내가 가진 것과 가질 수 있는 것, 가지지 못 할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서 출발한다. 1원을 우습게 알면 1원에 운다는 마음가짐으로 푼돈일수록 더 아껴야 하며 개인의 주머니와 회사의 주머니는 다르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필자는 지금도 회사의 노후화된 시설을 점검하거나 출고가 되지 않는 장기 재고가 있으면 몇 번이고 그 앞에 서서 한참을 들여다본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지고 거기서 답을 찾게 된다. 그만큼 작은 사물 하나라도 생명력을 불어 넣고 혼과 정성을 다해 그들에게 먼저 다가간다면 풀리지 않던 숙제도 해결되고 생기가 넘치는 회사가 될 것이다. 산업 전반이 암울한 요즘, 남의 눈에만 잘 보이려는 화려함을 좇기보다는 경영의 기본부터 다지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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